가장 가까운 바다에서 80km가 넘게 떨어진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이곳에서 매년 서해수호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방이 크고 작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 이곳에서 왜 서해수호의 날 행사가 열리는 것일까?
그 이유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희생된 양평군 출신 故 이창기 준위의 흉상이 남한강과 인접한 양평군 옥천면 옥천레포츠공원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6년,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의 도발에 맞선 호국영웅들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지정했다. 서해수호의 날이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이 된 것은 세 사건 중 가장 피해가 컸던 천안함 피격 사건일(2010년 3월 26일)을 기준으로 날짜를 정했기 때문이다.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서해는 남북간 긴장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가 되었다. 38선이라는 육상의 경계선은 명확했으나 바다에서는 북방한계선을 사이에 두고 크고 작은 갈등이 지속되었다. 그 결과 전 국민이 월드컵으로 뜨거웠던 2002년에는 제2연평해전이 발발했고 2010년에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에는 연평도를 향한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었다. 이러한 사건 속에서 우리의 호국영웅 55인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국토수호라는 임무를 완수했다.
한국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70여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아직도 전쟁의 위험과 공존하고 있다. 언제 다시 무력 충돌이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음에도 많은 우리 국민들이 서해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생활하고 있고 과거 북한의 포탄이 떨어졌던 연평도에서도 각각의 인생은 피어나고 있다.
그래서 양평에서 열리는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과 故 이창기 준위의 추모식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서해수호의 날은 단순히 서해를 수호했던 호국영웅들의 이야기만을 기억하는 날이 아니다. 서해수호의 날은 서해와 같이 언제 전화에 휩싸일지 모르는 우리 삶의 터전의 소중함을 상기하는 날이며 목숨을 바쳐 서해를 수호했던 영웅들의 정신을 이어받겠다 다짐하는 날이다. 때문에 서해수호의 날은 단순히 추모를 넘어 호국영웅들의 희생에 대한 존경심을 국민 저마다의 마음에 새기고 국토수호의 중요성을 함께 인식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3월 28일에는, 우리 나라 모든 국토에 울려퍼지는 서해의 파도소리, 호국영웅들의 포효를 기억해 보자. 그러면 마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바다의 파도처럼 서해에서 산화한 호국영웅들의 기상과 신념이 우리의 마음속에 크게 울려 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