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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을 보는 다른 관점
이창민/외과 전문의
  2009-09-29 15:42:31 입력

어제도 오늘도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신문기사에 따르면 우리 한국인의 평균 근무시간은 세계 2위란다. 열심히 사는 민족이라는 자부심이 생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자신을 혹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우리 한국인이 참 불쌍하게도 여겨진다.

이렇게 정신 없이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간혹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고 다소 허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도 잠시, 내 주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고 있으니 별 문제는 없겠지 하는 근거 없는 위안을 삼으며, 쓸데 없는 생각을 한 자신을 책망하며 다시 일상의 쳇바퀴로 돌아가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매일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별 생각 없이 해내면서 그 생활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대부분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산다고는 하지만 정작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등을 알려고는 하는 것일까. 왠지 지금 우리의 생활이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정신 없이 어쩔 수 없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당연히 몸에 이상이 오기 마련이다. 이것을 우리는 질병이라고 칭한다. 질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질병은 무조건 우리의 적일까.

필자는 질병은 나에게 어떠한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라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자. 사소한 감기 바이러스로부터 그 무섭다는 에이즈 바이러스까지. 이들이 본질적으로 사악한 존재인가. 악마의 사주를 받은 악의 화신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 의미 있는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질병은 인류의 영원한 동반자다. 인류가 어떠한 질병을 정복했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질병은 끊임 없이 발생한다. 질병에 걸렸을 때 그 질병을 무조건 나의 적으로 치부하고 물리쳐야 할 악마와 같은 존재로 여길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나의 문제를 알려주는 친절한 전령사로 여겨 고마워 하고, 질병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그동안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한 나에게 미안해하며 다시금 나를 다독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이고 분명 치료 효과도 좋아질 것이다. 질병의 치료는 병원의 의사만이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질병의 치료는 본인이 하는 것이며 의사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치유하는데 도움을 줄 뿐이다. 우리의 능력은 생각보다 뛰어나다. 우리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진료 경험상 치료에 대한 확신이 있고 없고는 치료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지나친 질병에 대한 거부감은 오히려 그 질병이 내게 찾아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저 담담히 받아들여 보자. 그리고 내가 병에 걸린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보자. 의사와 함께 손을 잡고 지친 나의 몸을 잘 다독여 주고 내게 깨우침을 준 질병에게 감사하며 잘 타일러서 돌려보내 보자.

문득 겨울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매서운 바람이 아니라 따사로운 햇볕이라는 이솝우화가 생각난다.

2010-12-31 09:20:22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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