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 3(三)이라는 숫자는 ‘롱런’을 뜻한다. 국회의원들도 3선만 되면 중진이랍시고 목에 깁스를 한 듯 기고만장한다. 더 꼴불견인 것은 진영 텃밭에서 공천권자의 간택을 받아 ‘땅 짚고 헤엄치기’식 선거로 당선된 인사들이 스스로 잘난 줄 아는 착각이다. 평생 해 먹을 것 같지만 공천권자 눈 밖에 나면 한순간에 내버려진 헌 신발 신세로 끝이다.
옛말에 삼인문수(三人文殊)가 있다. 보통 사람이라도 세 사람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면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신(文殊菩薩)처럼 쾌도난마식 해법이 떠오른다는 뜻이다. 1960~80년대 산업화 리더들이 보여준 모습이다. 그 덕분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다. 반면 삼인호성(三人虎成)이라는 불결한 말이 있다. 궤변의 달인 3인이 작당모의하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20세기 말 어느 순간에 삼인호성(三人虎成)이 지구별에 스며들었다. 최근 트럼프와 푸틴이 뜻(?)을 모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하려고 한 작당모의가 바로 삼인호성(三人虎成)이다.
궤변은 전염병이다. 공포가 전염성이 강하듯 ‘궤변 마약’에 취하면 세 명이 아니더라도 혼자서 호랑이를 만들 수 있다. 인간이길 포기하는 종자들이 대표적이다. 지구별에는 삼인문수가 절실하다. 차고 넘치는 삼인호성은 필요 없지만 왠지 그 유령이 한반도에도 잠입한 듯한 예감이 든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