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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우두머리와 카멜레온 정치
  2025-06-24 14:21:42 입력

인조는 선조와 더불어 외환 우두머리다. 조선에서 한 나라에게 두차례 침략을 받고 적장에게 ‘삼궤구고두례(三跪九叩頭禮)’의 치욕을 당한 유일무이한 왕이다. 

인조판 외환은 자초한 비극이었다. 후금 누루하치는 조선에게 호의적이었다. 광해군은 이를 알고 명의 강권에 의한 파병에 신중했고, 파병사령관 강홍립에게 적시에 투항 밀명을 내려 불필요한 희생을 줄였다. 하지만 누르하치의 아들 홍타이지는 달랐다. 선(先) 조선 굴복, 후(後) 명 정복이었다.

인조와 서인 정권은 후금의 무력을 인정했지만 정치적 명분이 없었기 때문에 친명배금으로 돌아섰다. 당초 인조 쿠데타의 명분이 광해군의 중립외교였는데 후금과의 화친은 이율배반이기 때문이다. 나라가 망해도 뒤집을 수 없는 자기 정체성이었다.
 
후금이 정묘호란 초기부터 화의를 계속 요청했지만 인조 정권이 거부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덕분에 펑안도와 황해도 백성은 도륙당했고, 인조 정권은 강화도로 도주해 목숨을 지키며 호의호식했다.

결국 후금의 무력공세와 잇단 화의 요청에 굴복한 인조 정권은 카멜레온식 변신을 꾀한다. 인조와 친위 세력은 주화파가 된다. 이미 정권을 탈취했고, 극악무도한 후금으로부터 백성을 구한다는 프레임으로 주화파가 됐다. 굳이 후금과 싸워서 정권을 뺏길 명분을 줄 이유가 없었다. 교활한 정치꾼의 전형이었다.

인조와 친위세력은 정묘호란이 끝나고 정치적 책임을 면하고 싶어 했는데 마침 척화파가 자충수를 뒀다. 치욕을 씻고자 주화파의 목을 베고 압록강을 넘어 후금을 정벌하겠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한 이인거의 난이 발생했다. 이인거는 의병을 모으고 강원감사에게 이 내용을 담은 상소를 올린 것 뿐인데 졸지에 내란 우두머리가 되어 체포돼 처형됐다. 척화파는 반발했지만 인조와 주화파는 묵살했다.

<인조실록> 인조 5년 11월24일 기사를 보자. 사신은 논한다. “두서너 명의 적을 잡은 공은 일개 역사(力士)의 일일 뿐이니 무슨 공로가 있겠는가. 그러나 홍보 등이 군사를 주둔시켜 기각(掎角)의 형세를 이루었다고 과장하여 마치 크게 훈로(勳勞)가 있는 것처럼 하였으며 조정에 거짓으로 보고하여 원훈(元勳)을 함부로 차지하였다. 또 미처 도착하지 못한 두 영장(營將)에게도 아울러 중전(重典)인 훈적에 기록하게 하여 자기가 은혜를 베푸는 계기로 삼았으니, 홍보 등은 임금을 속인 죄를 피할 수 있겠는가.”

오죽했으면 사신이 실록에 이를 남겼겠는가? 무엇인가 내란을 조작했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하지만 인조와 서인 정권은 뼛속까지 친명사대주의 일당이었다. 정묘호란의 치욕을 잊고 다시 친명배금을 고수하다 ‘삼궤구고두례(三跪九叩頭禮)’의 치욕을 자초했다. 치욕은 백성의 몫이었고 교활한 인조와 친위세력은 부귀영화를 누렸다. 이게 다 하늘이 내린 조선 백성의 숙명인 걸 누굴 탓하겠는가? 

칼럼니스트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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