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사건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나의 군대 시절 이야기이다.
그 당시 내가 소속되어 있던 30명 예비군 조교 내무반에 새로 21명의 하사관 학교 졸업생 동기들이 한꺼번에 배치되었다. 당시 예비군 훈련 담당은 교관장교 1명, 조교병 2명(운전사병 1명 포함)으로 하였으나, 조교 1명을 하사관으로 바꾸겠다는 정책 때문에 이런 인사 조치가 단행된 것이다.
이날부터 평화롭던 내무반은 병들과 하사들 사이 살벌한 긴장과 헤게모니 싸움이 시작되었으나 한달도 못 가 권력은 하사들에게 넘어갔다. 그 당시 나는 매일매일 예비군 훈련 상황을 집계하여 참모와 사령관에게 보고한다는 핑계로 내무반에서 열외하여 영외 사무실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나 행정반 사무실 조수들로부터 매일매일 내무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매일 밤 공포의 밤을 보낸다는 것이다. 기강을 잡기 위해 졸병부터 순서대로 빠따(몽둥이 찜질의 비속어)를 치는데 모든 병들의 엉덩이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까지 매질이 심하다는 것이다. 군기를 잡는다는 핑계로 그들에 의해 가해지는 폭력은 매일 밤 공포의 시간으로 변했다. 그리고 하사 1명당 병 1명을 지정하여 내무반에서 종처럼 수종을 들게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어느날 아침 나의 조수가 출근하지 않았다. 우리 부서 참모도 우리 과 훈련과장도 내무반에 있다고 한다. 사정을 알아본 결과, 아침에 사령부 참모장인 별 하나가 헌병대를 동원해서 내무반에 들이닥쳤고 하사들 중 주모자 격인 3명을 체포해 갔다고 한다. 그리고 병들의 하의를 벗긴 후 얼마나 매질이 심한지 보고 갔다고 한다.
알고 보니 매질을 견디지 못한 내 조수가 새벽에 탈영해서 부모에게 이야기했고, 아버지가 평소 알고 지내던 참모장에게 민원을 넣어 벌어진 사태였다. 그 후 하사 리더 3명은 군법회의로 넘겨져 실형을 살았고, 18명 하사관은 모두 이등병으로 강등되어 한 두명씩 뿔뿔이 헤어져 예하 경비단에서 힘든 군 생활을 하였다. 집단이 권력을 쟁취하면 잔혹해지고 폭력적이며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따라 선했던 인간도 변하는 것임을 잘 보여주는 경험이었다.
미국의 심리학자이며 스탠퍼드 대학의 명예교수를 지낸 필립 조지 짐바르도(Philip George Zimbardo)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으로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짐바르도는 많은 학생 중에서 반사회적 경력이 없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24명의 피실험자를 선발했다. 실험 당일 연구진은 무작위로 교도관 역할을 할 학생과 수감자 역할을 할 학생을 선발하여 교도관 제복과 수감자 죄수복을 입게 했다. 그리고 스탠퍼드 대학 구내에 비밀리에 모의 형무소를 만들어 죄수들은 거기에 강제로 수용되었고 간수들은 관리와 감독을 하게 하였다.
이들은 모두 하루 15달러를 받고 실험에 참가했다. 처음 몇 시간은 교도관과 수감자들이 함께 웃고 떠들며 잡담을 나누는 등 실험에 몰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채 하루가 지나기 전 양측의 대립은 시작되었다. 수감자들의 자유분방한 태도가 교도소 내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판단을 한 교도관들에 의해 점점 강한 통제가 시작되었다.
간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날로 가학성을 드러내고 죄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억울, 분노, 불안 등의 병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여 실제 교도소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폭동이 일어나 2주간 예정이었던 실험을 결국 6일 만에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의실험으로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인간은 처해진 집단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쉽게 변모해 버린다는 것이다. 간수들 무리에 속한 학생들은 점점 권위적이고 권력적이 되었고 죄수들에 대해 냉혹해졌다. 죄수들은 이것이 모의실험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간수 역할을 한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행동하거나 신경증 환자가 되기도 하였다. 단지 며칠 만에 심리학자들이 운영하는 실험실은 실제 교도소가 되었고 권력이 지배하는 감옥이 되어버린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군이 유대인에게 아우슈비츠 등 강제수용소에서 행한 잔혹한 행위에서 힌트를 얻은 유대인계 미국인 밀 그램은 하버드 대학에서 기상천외한 실험을 했다. 즉, 명령하는 실험자A 1인, 명령을 수행하는 실험자B 40명을 선발해서 1명씩 한방에서 차례로 옆자리에 두었다.
그리고 A, B 모두 안 보이도록 칸막이를 하여 B가 누르는 전기 자극에 따라 비명을 지르는 연기자C 1명을 선발하였다. 그리고 A가 C에게 문제를 내고 틀릴 때마다 A가 B에게 명령하여 B가 C에게 전기충격을 가하게 하였다. 그 전기충격은 실제로는 전달되지 않았으며 그 강도에 따라 C는 비명을 지르는 연기만 하였다.
전기충격은 신체에 고통을 주는 강렬한 충격인 285볼트로 시작해서 극도의 고통을 주는 심한충격 315볼트, 생명의 위험을 주는 충격인 450볼트까지 8단계로 나누어 차례로 볼트 수를 올리는 명령을 하게 한 것이다. 밀 그램은 실험 전 예측하기를 신체에 고통을 주는 280볼트 이상 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그의 기대는 대단히 빗나갔다.
A가 C에게 문제를 내 틀릴 때마다 B는 볼트 수를 올렸고, 그 때마다 C는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연기를 계속했다. 이 전기충격 실험에서 강렬한 충격의 한계 300볼트까지 40명 중 5명의 B가 충격 전류 버튼 누름을 거부했으며, 극도의 충격인 360볼트까지 8명의 B가 충격 전류 버튼 누르기를 거부했다.
생명이 위험해지는 극렬한 충격 450볼트까지 가서야 버튼을 거부한 사람은 나머지 전원 27명으로, 명령에 의한 인간의 잔인성이 얼마나 심해질 수 있는지 확인한 유명한 실험이다. 물론 많은 B들이 순순히 A의 명령에 따른 것은 아니다. 그들은 나름의 고뇌하는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면서도 전압을 올렸고 3명은 누르면서 발작을 일으켰다고 한다.
인간은 제3자의 고통을 알면서도 명령에 약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처해진 상황과 권력에 쉽게 조종당하며 잔혹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나치 독일 아우스비츄 같은 감옥에서의 모든 폭력과 만행이 이를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권력을 잡은 당이 우리도 모르게 국민에게 가하는 폭력은 없는지 또는 군대나 집단수용하는 단체에서 제도적 권력이나 세력에 의한 집단적인 폭력이나 잔혹한 힘을 행하는 일은 없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인간은 집단권력이 생기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폭력적이거나 가학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웃는 하루 되세요!
하하웃음행복센터 원장, 의정부제일간호학원 원장, 웃음치료 전문가(1급), <웃음에 희망을 걸다>, <웃음희망 행복나눔>, <15초 웃음의 기적>, <웃음은 인생을 춤추게 한다>, <일단 웃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