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차 한대 없는 양주시 ‘한탄’
양주소방서 예산삭감 도의회 질타
화재를 다룬 재난영화 중 대표적인 작품을 든다면 1977년 개봉한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이다. 재난영화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의 주 내용은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인간 드라마와 불의 카리스마였지만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재난이 발생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인간의 만용, 바로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새벽 양주시 백석읍 가야아파트에서 불이 나 일가족 3명이 죽고 한명은 중태에 빠졌다. 7층에서 불길에 갇혀 베란다로 피신한 사람들이 20여분간 구조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소방파출소에서 도착한 소방차들은 펌프차나 급수차뿐이었다. 의정부소방서에서 급히 출동한 사다리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들이 불길과 연기에 쫓겨 아파트를 뛰어내린 뒤였다.
지금 백석읍에만 1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가 3천500여 가구에 이르고, 양주시 전체에는 398동 3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있다. 그러나 소방서가 없는 양주시는 고가 사다리차, 에어매트 등을 의정부소방서에서 지원 받아야 한다.
양주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박규태 네티즌은 “소방시설 부재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한다. 시로 승격되고 인구가 날로 증가하는 양주시가 이제까지 기초적인 소방 방제시설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차후 소방시설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 것인지, 자세한 답변을 바란다”고 말했다.
김호중 네티즌은 “의정부소방서에서 사고현장까지 사다리차와 에어매트가 도착하는 데 24분이 걸렸다. 조금만 일찍 도착했다면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신임 경기도지사가 세우겠다는 양주소방서 예산을 경기도의회에서 전액 삭감했다가 소방서 부지를 축소하는 것을 조건으로 부지 매입안을 겨우 가결했으니…”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준희 네티즌은 “장마철에 중학생 남매의 익사사고가 있었다. 그리고 또 화재로 사망사고가 났다. 양주시가 아프리카 오지마을인가. 사고가 났다 하면 사망사고다. 에어매트만 있어도 일가족 사망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종합적인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신속히 업무를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의정부소방서 관계자는 “예산을 확보해 내년 12월을 목표로 백석읍 오산리에 양주소방서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회가 도지사 핑계로 소방서 예산 편성에 태클을 거는 가운데 애꿎은 목숨을 잃었다. 소방서가 들어서는 내년 말까지 계속 긴장 속에 살아야 하는 양주시 고층 아파트의 주민들은 암담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