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양주시에는 일회성 해프닝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 양주시 회천여성의용소방대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한 이항원·유재원 도의원과 원대식 양주시의회 의장, 박종식· 박재일· 우순자 시의원 등 선출직 정치인 6명이 기념식이 시작되기 전 자리를 박차고 행사장을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축하자리가 재뿌리는 자리가 된 것이다.
이들의 퇴장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맨 앞줄에,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상석에 도의원이나 시의회의장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 게다가 ‘여자’인 국회의원 부인과 시장 부인이 본인들보다 앞줄에 앉았다는 것이다. 부인들이 국회의원이나 시장도 아닌데 ‘감히’ 상석인 앞줄에 앉히는 것은 본인들을 ‘무시하는 주최측의 처사’라는 식이다.
양주시에서 주요 행사가 벌어지면 은근히 의전에 불만을 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시의원일 때는 시 주관 행사이니만큼 도의원보다는 시의원이 앞에 서야 한다는 둥, 도의원이 광역의의원이기 때문에 먼저 축사를 해야 한다는 둥, 국회의원이 시장보다 ‘지역 어른’이라는 둥 여러 뒷말이 무성하다. 하다 못해 시의원 소개 순서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다. 의정부시의회는 지난해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선수-나이 등의 순서에 따라 의원들을 소개해달라는 의전지침을 비밀리에 관내 공공기관에 보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통상 지방자치단체의 공식적인 의전으로는 시장-국회의원-시의회의장이 앞줄에 앉고 축사도 순서대로 한다.
그러나 개별 민간단체 행사는 엄밀하게 이러한 관행을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그저 주거니 받거니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게 일반적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지키라는 말이 있듯, 정형화된 의전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출직 정치인들이, 선거 때는 허리가 부러져라 인사하며 표를 구하더니, 당선되고 나서는 온갖 권위와 형식에 치중하는 모습은 앞뒤 다른 행태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셈이다. 권력은 시민을 위해 시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시민 위에 서서 군림하라고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의전에 신경이 쓰이면 경로당·마을회관 준공식, 동네축제, 민간단체 행사 등에 참석하지 않으면 된다. 시민한테 세비를 받고 있으면, 시민을 위한 의정활동에 매진하면 된다. 이 행사 저 행사 쫓아다니며 얼굴 도장 찍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면서, 정작 그 자리에서는 대접해주지 않는다고 토라지는 행태는 너무 민망하다. 의전이 관행이라면 관행도 개혁하는 모범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