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이장교졸타자패(戰勝而將驕卒惰者敗). 전투에서 이긴 뒤 장수가 교만해지고 병졸이 해이해질 때 패배는 이미 시작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조선 정치의 적폐는 ‘택군(擇君)’이었다. 국본이 변변치 않거나 내란을 모의할 때 역신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형편 없는 대군을 골라 우두머리로 옹립하는 구조적 폐단이다. 기묘사화의 중종이 그러했고, 조선 외환의 양대 거목인 선조와 인조 역시 그 범주에 속한다. 그 결과 조일전쟁과 삼전도의 치욕은 고스란히 백성들의 핏값으로 치러졌다.
중종, 선조, 인조를 요즘 기준으로 본다면 모두 왕족의 곁가지에 불과했지만, ‘택군’의 은혜를 입어 왕좌에 올랐다. 마음속 깊이 숨겨 둔 ‘근본 없는 자’라는 열등감은 왕위에 오른 뒤 권력 괴물로 변질돼 조선을 내란과 외환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지방선거 시즌이 돌아왔다. 최근 한국을 ‘공천 비리 공화국’으로 변질시킨 일련의 사건들 역시 무소불위의 공천권자들이 행사하는 또 다른 형태의 ‘택군’이라고 본다. 일부는 자신의 능력보다 ‘묻지마식 정당 투표’ 덕으로 당선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번 승리를 맛보면 자신을 ‘정치의 신’으로 착각하는 모자란 이들이 차고 넘친다.
정치인들의 재공천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지난 4년간의 성과다. 그럼에도 한번 당선됐다는 교만에 빠져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를 대비해 무소속 출마를 운운하는 몰염치한 잡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재공천에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일이지, 입후보도 하기 전에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흘리고 다니는 작태는 교만이 아닐까 싶다. 겁먹은 교만한 개가 크게 짖는 법이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