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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세력은 역사의 발목을 잡지말라”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2009-11-13 12:14:24 입력

친일세력 4천여명의 행각을 기록한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됐다. 이승만 정권하에서 반민특위가 해체된 지 60년 만이다. 그리고 고 임종국 선생이 ‘친일문학론’을 통해 친일문제를 정면 제기한 지 43년 만이다. 이는 민족의 정기를 회복하기 위한 새 장을 펼쳤다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친일인명사전’ 발간은 이명박 정부가 과거사 바로잡기 작업을 축소 또는 폐기시키려는 삽질을 멈추지 않는 상황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이 나라의 과거사 청산의 노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집중 추진되다가 최근 약화되고 있다. 외세에 의한 국권 침탈, 독재세력의 장기 집권 등으로 점철된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과거사 청산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친일세력의 발호 등으로 저지, 지연되었다. 그 결과 과거청산을 해야 할 분야가 넘쳐나게 되었고 국민의 정부 이후 집중적으로 과거사 청산 작업이 시도되자 수구세력은 이 나라가 ‘과거사 청산 공화국’이냐는 식으로 발목잡기를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는 과거사 위원회 통폐합 등을 외치면서 과거사 바로잡기 노력에 제동을 걸려고 시도했다. 현 정권은 극소수 과거사 관련 위원회에서 드러난 사례를 침소봉대 하는 식으로 과거청산 작업을 부정적 이미지로 먹칠하면서 과거청산 작업을 중단시키려 시도하고 있다. 수구세력은 ‘미래로 갈 길이 바쁘다’면서 과거청산이 마치 우리나라에서만 시도되는 것인양 독설을 퍼붓고 있다. 수구세력은 우리와 비슷한 굴절된 역사를 가진 수많은 나라들이 과거사를 규명하고 바로 잡는 일에 나섰다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1970년대 이래 유엔과 정부 주도하에 진실을 규명하고 화해를 달성하자는 위원회가 설립되어 활동했거나 활동 중인 국가는 남아프리카 등 20여개 국가에 달한다. 이 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과거청산 시도가 매우 늦었고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한국은 과거청산 후진국의 신세를 영영 면치 못할 것 같은 절박한 상황이었지만 이번에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된 것은 어둠 속에 횃불이 올려진 것과 같다. 이명박 정권은 실용과 선진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진정한 과거사 청산 없이 정의로운 역사적 진전은 불가능하다.

돌이켜 보면, 친일세력이 역사적 심판을 회피하고 민족정기 회복을 저지하면서 이 나라에는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서글픈 격언이 뿌리를 내렸다. 또한 이 땅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인의 영달을 꾀하는 파렴치한 기회주의가 최상의 처세술로 뿌리를 내려 시민의식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친일세력은 독재정권하에서 반공을 앞세워 민주세력과 통일인사를 탄압하고 경제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노동자 생존권을 포함한 기본적인 인권을 짓밟았다. 오늘날 이명박 정권이 박정희 향수를 부채질하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미국의 논리에 춤을 추면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친일세력의 반역사적 행태와 매우 유사하다.

이명박 정권과 그 배후세력인 뉴라이트가 이 나라 도덕 윤리와 사회적 규범을 짓밟으면서 진보개혁에 도전하고 있다. 이는 이 땅에 잔존해 있는 친일세력의 발악이 독기를 뿜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집요하게 과거사 바로잡기에 저항하면서 심지어 일제의 조국 침탈조차 미화하는 작업을 자행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아직도 친일세력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가를 드러내는 증거다.

일제 침략자에게 빌붙어 제 민족을 배신했던 친일세력은 미군정에 의해 재기용되고 이승만의 지지세력으로 탈바꿈하면서 이 나라의 친일잔재 청산과 민족 정기회복을 저지해왔다. 그들은 자신의 친일 범죄행위를 감추기 위해 국가유공자로 변신하는 등의 방식으로 독립을 회복한 조국에서 명예와 부를 도둑질했다. 친일세력의 역사적 범죄행위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도록 조장하고 방치했으며 독립운동 과정에서 순국한 애국 열사들의 역사적 평가와 정당한 대우를 저지했다.

조선, 동아일보는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 속에 제도언론으로 등장해 민족사에 죄를 저질렀지만 오늘날에도 살아남아 언론악법 추진에 앞장서는 파렴치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조선, 동아가 이번에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을 통해 반민족적 범죄행각이 드러나자 되레 민족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등의 해괴한 장을 펴는 것은 이들이 민족적 양심이나 역사바로잡기 의식이 손톱만큼도 없다는 것을 웅변한다.

조선, 동아가 지난 십여년 동안 언론을 흉기로 휘두르면서 진보개혁 세력을 파괴하려 한 행위는 언젠가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번에 60년 만에 일제하에서의 언론범죄 행각이 재확인된 것처럼 조선, 동아는 진보개혁세력의 민주화, 통일운동에 대해 적대적 언론행각을 편 것에 대해서는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 나라에 정의와 진실과 같은 숭고한 가치가 살아 숨쉬면서 강한 생명력을 발휘할 토양이 조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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