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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여고 졸업 고대 법대 졸업 고대 법학연구원 연구원 본지 자문변호사 |
중국 양나라 무제(武帝) 때 천태종을 세운 대선지식 천태지자(天台智者) 스님은 어느 날 천태산에서 지관삼매(止觀三昧)에 들어 계셨다. 그때 스님 앞으로 산돼지 한 마리가 황급히 지나가더니, 뒤이어 활을 든 사냥꾼이 쫓아와서 여쭈었다.
“산돼지 한 마리가 이리로 지나갔는데,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아십니까?” 스님은 대답 대신 사냥꾼을 앉게 한 다음 한 수의 노래를 불렀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져 뱀의 머리가 부서졌도다(烏飛梨落破蛇頭)/ 죽은 뱀은 돼지가 되어 돌을 굴려 꿩을 쳤다네(蛇變爲猪轉石雉)/ 죽은 꿩이 포수가 되어 다시 돼지를 쏘려 함에(雉作獵人欲射猪)/ 빈승이 인연을 밝혀 맺힌 원한을 풀어주려 하네(道師爲說解寃結)
지자대사는 노래를 부르신 다음, 지관삼매에 들었을 때 관찰한 사냥꾼과 돼지의 삼생인연(三生因緣)을 일러주셨다.
“엽사(獵師)여, 지금부터 삼생 전에 까마귀 한 마리가 배나무 가지 위에 앉아 놀다가, 무심코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때 나뭇가지가 흔들리면서 다 익은 배가 하나 떨어져 배나무 아래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던 뱀의 머리를 때렸다. 이 때문에 죽은 뱀은 다시 멧돼지로 태어나 풀뿌리를 캐 먹으며 살았고, 까마귀는 죽어 꿩이 되었다. 어느 날 꿩은 떨어진 나무열매를 주워먹다가, 멧돼지가 칡뿌리를 먹기 위해 땅을 뒤질 때 건드린 돌이 굴러떨어져 맞아 죽고 말았다.
엽사여, 그 꿩이 죽어 이번에는 그대가 된 것이다. 그대는 지금 반드시 활로 멧돼지를 잡고야 말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 그대가 작정을 하고 멧돼지를 쏘아 죽이면, 멧돼지가 원한을 품고 죽어 앞날에는 더욱 무서운 과보를 받게 되느니라.
엽사여, 이제 그 활을 던져버려라. 사람의 몸을 받았을 때 악연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영원히 악연 속에서 떠돌아다니게 되느니라.”
지자대사의 말씀을 들은 사냥꾼은 깨달은 바가 있어 그 자리에서 활을 모두 꺾어버리고, 지자대사의 제자가 되어 도를 닦았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烏飛梨落)’는 속담을 통하여 널리 알려진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사람의 몸을 받았을 때 잘못된 인과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깊이 깨우쳐 주고 있다.
육도 윤회의 세계 중 지옥·아귀·축생의 몸을 받았을 때는 지은 업에 대한 과보를 받기만 할 뿐이다. 스스로 업의 고리를 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사람의 몸, 사람의 몸을 받았을 때만 스스로의 의지로 맺힌 업을 풀어,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위 글은 일타스님 법어집 ‘불자의 마음가짐과 수행법’에서 ‘인과응보’를 설명하면서 예로 들은 내용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의미는 위 이야기와 사뭇 달라 처음엔 약간 놀라웠지만, 글을 읽어보고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절로 감탄하게 되었다. ‘인과응보’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듣고, 흔히 사용하게 되는 말인데, 위와 같은 이야기를 접하게 되니 마음에 다시 한 번 깊이 새기게 되었다. ‘사람의 몸을 받았을 때 잘못된 인과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말을 명심하면서 내 주변에서 매듭을 풀어야 할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