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상처가 되지 않을까’,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 하나’ 고민과 걱정으로 현희(가명·16)의 집으로 향하는 길.
미닫이 문을 열고 기자와 복지사를 맞이하는 현희의 얼굴은 너무나 밝았다. 아픔을 겪었음에도 구김살 없이 여느 또래 소녀와 같다는 의미를 넘어 누구나 겪는 사춘기의 반항기 조차 스쳐지나간 흔적이 없는 해맑음이다.
현희가 이혼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집은 부엌과 방 1칸짜리 다세대주택이다. 작은 집이지만 엄마의 손길이 깃든 듯 깨끗하고 정돈돼 있다.
현희의 부모님은 현희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이혼했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인 것은 한부모 가정, 특히 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가정은 살림에 소홀하기가 대부분인데 현희의 아버지는 사랑과 관심으로 이를 놓치지 않았다.
다만 일용직에 종사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아버지가 요즘 부쩍 병원신세를 많이 지게 돼 현희는 걱정이다. 또 기자는 예민한 사춘기 시절 현희가 아버지와 함께 불만 없이 방을 쓰는 것이 대견스러우면서도 앞으로가 걱정이다.
아빠가 가르쳐 줘서 미역국, 된장찌개도 손쉽게 끓여낼 줄 아는, 김치까지 담글 줄 아는 현희의 꿈은 리포터란다. 티비출연도 많이 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학교성적을 묻자 웃는다.
현희가 중1때. 학교 가는 도중에 엄마가 보고 싶어 곧장 엄마에게로 갔고 학교를 빠질 수밖에 없었고 그 기간이 길어졌다. 뒤쳐진 공부를 다시 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수학은 혼자서는 따라잡기 어려운 모양이다.
지금도 주말이며 연휴며 틈날 때마다 친구들과 노는 대신 엄마를 찾아간다.
“엄마랑 아빠랑 싸우지 말고 같이 만나기도 하고, 아버지는 약주 안드셨음 좋겠어요.”
등교 후 대부분 집에서 컴퓨터와 책을 친구같이 지낸다는 현희. 누구보다 씩씩하고 밝은 현희에게 티비 시청보다는 영화관람을, 음악 듣는 시간만큼 또래 친구와 수다 떠는 시간이 많아질 그날을 기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