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공무원 사칭’과 같은 사기꾼이 많았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에는 가짜 관직을 내세워 사기나 권한을 남용한 사례들이 다수 등장한다.
‘암행어사’ 사칭이 대표적이다. 왕의 비밀 특사인 암행어사를 사칭해 지방 관리들을 협박하거나 백성들에게 금품을 갈취했다. 중앙 관직 사칭도 빈번했다. “나는 ○○부 판서다”, “사헌부 관리다”라고 속이고 지방에서 권력을 행사하거나 뇌물을 갈취했다. 당시에는 신분 확인 체계가 느슨해 문서나 말만으로도 속는 일이 적지 않았다.
과거 급제자·유생 사칭도 빈번했다. 과거에 합격한 선비인 척하거나 중앙에서 파견된 인물처럼 행동하는 사기다. 사회적으로 ‘양반’과 ‘관료’에 대한 권위가 컸기 때문에 이런 사칭이 통하기도 했다. 조선은 신분 질서와 관료 체계를 매우 중시했기 때문에 관직 사칭은 중범죄로 취급됐다. 최소 장형(곤장) 및 유배, 최대 사형에 처했다. 특히 왕권을 위협하거나 백성을 크게 속인 경우, 사기가 반복되는 경우에는 사형이 불가피했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허위 경력을 내세워 유권자를 기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자신이 중앙정치권의 실력자인 듯 허위 경력을 버젓이 과시하기도 한다.
지방일수록 중앙정치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묻지마 투표’라는 적폐가 낳은 비극이다. 결국 ‘권위에 대한 맹신’이 사칭 범죄를 사실상 묵인해 온 셈이며, 이를 방치한 오만한 공천권자 역시 공범이라 할 수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관직 사칭 독초에 말라 죽는 꼴이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