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용의 소설 <꺼삐딴 리>의 주인공 이인국은 시세를 읽는 탁월한 안목과 처세술의 달인이다. 국적 세탁 전문가다. 기준은 언제나 ‘당장의 이익’이다. 일제 식민지, 소련군정, 미군정 시기를 모두 살아남은 인물이다.
그의 삶에는 오직 자신과 가문의 영달이라는 일관성만 있다. 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지조는 쓰레기다. 상황에 따라 몸과 마음의 국적을 지체 없이 바꾸며 득세했던 그는 역사 속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다.
지방선거가 끝나자 이인국의 후예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한국 정치판에서 자신의 이익에 따라 당적을 바꾸는 이른바 ‘정치 철새’들의 행태와 거울처럼 닮아 있다.
선거 후 이념과 철학, 지지자들과의 신의는 헌신짝처럼 버려둔 채 오직 당선 가능성이라는 권력의 나침반만을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들이 속출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대개 ‘지역주의 타파’나 ‘국민을 위한 결단’이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공천 탈락에 대한 불만이나 권력의 핵심부로 진입하려는 철저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조를 버린 이인국이 조선인이 아닌 언제나 ‘갑’의 위치에 있는 외세만을 선택했듯, 당적을 변경하는 철새 정치인들 역시 ‘을’인 유권자가 아니라 강한 권력을 쥔 갑의 편에 서고자 한다. 이들에게 정치는 가치관의 실현이 아닌 개인의 생존과 영달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배신을 일삼는 정치 철새는 결국 사회의 불신을 키우고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 철새 정치인들이 기회주의적 행태를 멈추지 않는 한 우리 정치는 진정한 의미의 ‘함께’를 실현할 수 없다. 권력만을 쫓는 현대판 이인국의 후예들에게 최후는 오직 유권자의 날카로운 심판이 정답이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