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 희생한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선택이다. 더구나 자신의 조국도 아닌 나라를 위해 총을 들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땅에서 생명을 걸었다면 그 결단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76년 전, 대한민국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전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절망으로 기울던 그 순간, 세계는 대한민국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언어도, 문화도, 피부색도 달랐지만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하나의 신념 아래 수많은 젊은이들이 유엔의 이름으로 이 땅에 왔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낯선 나라였지만, 지켜야 할 가치는 낯설지 않았다.
우리는 흔히 전쟁을 숫자로 기억한다. 몇 개국이 참전했고, 얼마나 많은 병력이 파병됐으며, 얼마나 큰 피해가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숫자는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누군가는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누군가는 평생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들이 남긴 것은 단순한 전쟁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이다.
유엔군참전의 날은 과거를 추억하는 날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떤 가치 위에 서 있는지를 되새기는 날이다. 자유는 혼자 지켜낼 수 없으며, 평화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만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자유와 평화는 서로를 위해 손을 내미는 연대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유엔군의 참전은 그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역사였다.
시간은 많은 것을 흐리게 만든다.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점점 우리 곁을 떠나고, 당시의 기억은 교과서 속 한 페이지로 남아간다. 하지만 기억은 세월에 맡겨두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의지로 이어갈 때 비로소 역사로 남는다. 우리가 참전용사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희생을 이야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는 7월 27일 유엔군참전의 날, 우리는 단순히 과거에 감사하는 데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세계인의 용기와 연대로 지켜졌음을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하며, 대한민국 역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꺼이 손을 내미는 책임 있는 나라로 남아야 한다.
시대는 달라져도 감사의 마음은 변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희생은 과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탱하는 힘으로 살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