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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비 지원, 핵심은 재원보다 인력과 구조 개혁이 먼저”
임성주 자유대한정책개발연구원 이사장
  2026-09-10 16:59:51 입력

“사업을 포기하고 어머님 치매 간병에만 전념하고 있어요.”

경기도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는 A씨(56)의 하소연이다. 자영업자였던 A씨는 4년 전부터 어머니 간병에만 매달리고 있다. 월 300여만 원에 달하는 요양시설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간병비는 더 이상 개별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자와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사회적 부담이자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핵심 복지 과제가 되었다. 

정부가 간병비의 환자 본인부담률을 3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이른바 ‘간병 파산’으로 내몰리는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지원만으로 간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간병비 부담을 낮추더라도 충분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고 서비스의 질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요양병원 간병인 중 병원과 직접 고용계약을 맺은 비율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 간병인이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간병인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환자 안전과 서비스 품질도 보장하기 힘들다.

간병인의 낮은 처우와 과도한 업무 부담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간병비를 지원해 수요만 늘리고 인력 공급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간병인 부족과 임금 상승, 서비스 질 저하라는 또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돌봄 체계가 지나치게 요양병원과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되돌아봐야 한다. 국내 인구 대비 요양병원 병상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9배에 이를 정도로 시설 중심의 고비용 돌봄 구조가 고착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를 병원에 장기간 머물게 하는 방식으로는 고령사회의 돌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건강보험과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간병비 지원 정책은 인력과 서비스, 전달체계를 아우르는 구조 개혁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먼저 간병인이 병원이나 공인된 기관과 안정적으로 고용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적정한 임금과 휴식, 노동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간병 업무에 필요한 전문 교육과 자격 기준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교육과 평가를 통해 서비스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둘째, 적정한 간병 인력을 지속해서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인력 양성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병원과 민간업체에만 맡겨진 간병 인력 배치와 운영을 공공 관리체계 안으로 편입해 환자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감독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요양병원 중심의 돌봄 구조를 재가·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는 병원에서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되, 일상생활 지원이 필요한 노인은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방문간호와 방문요양,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등의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가족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어야 한다.

간병비 부담을 낮추는 것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그것이 정책의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재정 지원만 확대하면 기존의 비효율적인 시설 중심 구조를 오히려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단순히 저렴한 간병이 아니라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전하고 질 높은 간병이다. 간병인의 안정적인 고용과 처우 개선, 전문 인력 확보, 공공 관리·감독체계 구축, 재가·지역사회 돌봄으로의 전환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간병 문제의 해법은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사람답게 돌보고, 환자가 안심하며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간병비 보조를 넘어 대한민국 돌봄 체계 전체를 혁신하는 과감한 구조 개혁이다.

용인시정연구원 이사
사)더밝은세상 이사(국민권익위 산하)
전)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전)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전)한중앙아시아 교류재단 이사장

2026-09-10 17:22:18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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