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가보훈부 지청에서 처음 임용장을 받아 들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을 위해 일하게 되었다는 설렘과 책임감, 그리고 낯선 조직에 대한 약간의 긴장감이 함께했던 순간이었다. 몇 달이 지난 지금, 업무에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지만 그날의 마음가짐만큼은 잊지 않으려 한다.
보훈지청은 국가보훈 행정의 최일선에서 국민과 직접 마주하는 곳이다. 매일 창구에서 오랜 세월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을 만나고, 각자의 사연과 어려움을 듣는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접하다 보면 한 분 한 분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하지만 민원인을 돕는다는 것은 단순히 원하는 것을 들어드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업무를 하며 배워가고 있다. 공직자에게 필요한 진정한 배려는 개인적인 판단이나 임의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민원인의 어려움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다.
때로는 민원인의 사정이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운 순간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정해진 절차와 제도의 범위 안에서 가능한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것.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공직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민원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충분히 설명하는 것 역시 청렴을 실천하는 한 방법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청렴은 거창한 결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민원인에게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 처리 과정과 기준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 사소한 부탁이라도 업무의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매일 반복되는 작은 선택에서 청렴의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직생활이 길어지고 업무에 익숙해질수록 처음의 긴장감과 경각심이 무뎌질 수 있다는 선배들의 말씀을 새겨듣고 있다. ‘이번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나 익숙한 관행을 아무런 고민 없이 따르는 순간부터 원칙은 조금씩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무가 익숙해질수록 오히려 처음 임용장을 받았던 날의 마음을 되새기며 스스로를 돌아보려 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보훈공직자로서, 따뜻한 마음과 냉철한 원칙을 함께 갖춘 공직자가 되고 싶다. 국민과 보훈가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되 법과 제도의 기준을 지키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업무처리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는 공직자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아직은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신규 공직자이지만, 한 가지 마음만큼은 오래 간직하고 싶다. 국민의 신뢰는 특별한 순간의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작은 업무 하나를 정직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
오늘의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의 작은 선택에서 청렴을 실천하는 공직자가 되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