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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과 전문의 |
살다보면 평생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의외로 많다. 필자도 이런 일들이 매우 많다. 그중 하나가 반딧불 구경이다. 반딧불을 직접 본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칠흑 같이 어두운 밤 숲속 여기저기서 홀연히 초록색 은은한 불빛이 서서히 밝아졌다가 어두워는 것을 반복하는 모습이 신비로워서 정신이 몽롱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가지 신비로운 점은 초기에는 전혀 일관성 없이 각자 흩어져 난잡하게 빛을 발하던 반디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정한 리듬이라도 타는 양 동시에 빛을 발하게 되어 동시에 서서히 밝아졌다가 서서히 어두워지는 일관성 있는 주기를 반복하게 된다.
무엇이 이들 개개의 반디들이 집단행동을 하게 하는 것일까.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들어 동조현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원인에 대한 연구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동조현상은 자연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군중의 박수소리가 점차 일정하게 되는 현상, 간혹 나타나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주식시장의 요동 현상, 심장박동의 원리 등. 일부 동조현상은 심리학적 또는 과학적 방법 등으로 설명 가능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도저히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의료 현장에도 이러한 동조현상이라고 불려질만한 일들이 간혹 일어난다. 평온하던 중환자실에서 어느 한 환자에게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하면 아무 이유 없이 주변 환자들도 동시 다발로 상태가 순식간에 나빠지기도 한다. 이는 필자의 실제 경험이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단순한 우연일까.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경험하면서 필자는 우리를 연결하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은 찾아왔다. 연초에 제법 두툼하고 빳빳하며 잉크 냄새마저 미처 가시지 않았던 ‘새’ 달력은 어느덧 달랑 한 장만 남아 훌쭉해진 채 다소 너덜거리기까지 하는 ‘헌’ 달력이 되어 있다. TV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연신 쏟아내고 있고 거리에서는 매년 들어 왔던 크리스마스 캐럴이 현란한 불빛들 사이로 은은히 밀려온다. 어려워진 경기 탓인지 예전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해마다 이맘 때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설렘, 불안감, 외로움, 후회, 반성, 술에 절어 쓰린 속, 자선냄비, 크리스마스, 불우이웃돕기, 사랑…. 이중에서 이맘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역시 사랑이다. TV에서는 마치 주입식 교육이라도 하는 양 ‘사랑’이라는 말을 연신 반복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보여주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마저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사랑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사랑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남녀의 사랑, 이웃 간의 사랑 등등…. 일부 깨달은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나, 너, 나무, 물, 불, 바위, 벌레… 그 어느 하나 독립된 것 없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며 결국 그것들은 모두 하나라고. 여기서의 하나라는 개념은 그저 추상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이 아닌 말 그대로 하나라는 소리이다. 세상 그 어느 것도 미세한 끊임도 없이 완벽히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다.
상기한 동조현상도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하나의 증거가 아닐까 한다. 따라서 깨달은 자들은 ‘진정한 사랑’은 미움의 반대되는 개념으로서의 사랑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하나임을 아는 의미에서의 사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세상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니 모든 것은 나일뿐 그 어느 것도 내가 아닌 것은 없으니,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본질이 그렇다면 사랑의 범위 또한 제한이 없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