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두천시 부랑인보호시설인 성경원에서 사망한 구씨 사건은 우리사회에서 그토록 야만적인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 같다. 평소 정신질환을 앓던 구씨는 지난해 4월3일 증세가 악화돼 서울의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특별한 치료없이 다시 성경원으로 복귀했다가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과실치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씨의 사망에 대해 성경원측도, 성경원 노조측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부랑인시설에서의 죽음은 늘 있어온 통과의례이기 때문인지 누구 하나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있다. 병원에 다녀온 뒤 곧바로 성경원 운영자들이나 노조원이 죽었더라도 이같은 반응을 보일지 미지수다.
사망 당일 구씨를 진료한 서울의원측의 행태도 의혹투성이다. “아르바이트 당직의사를 고용했다”면 그의 신분이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 의혹을 풀어야 한다. 당시 당직의사가 항간에 떠도는 소문인 무자격 의료인이었는지 수련의였는지 아니면 군의관이었는지를 공개하고 책임소재를 확실히 구분지어야 한다. 무작정 은폐만 하려 한다면 과실치사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뻔하다.
특히 가관인 것은 이들을 지도감독해야 할 동두천보건소와 수사기관인 양주경찰서의 행태다. 부랑인의 죽음은 아무 보잘 것 없는 무관심 대상인지, 아니면 서울의원이 갖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이 두려워서인지 혼란스럽다. 사람이 죽었고, 아르바이트 당직의사가 진료를 맡았고, 이 당직의사는 보건소에 신고조차 되지 않은 신원불명의 사람이고, 이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이 죽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죄없는 사람이 유명을 달리했는데도 눈 딱감고 모른척 하고 있는 모습은 보건소와 경찰서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그동안 숱하게 제기되어 온 유착의혹이 사실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동두천보건소와 양주경찰서는 몸을 사리지 말고 지금 당장 구씨 과실치사 의혹 해소는 물론 제2, 제3의 구씨가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