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부처와 일부 재벌기업에서 국가의 현 건강보험제도를 두고 민간보험제도 도입과 병원 영리법인 허용 등을 주장하며 일대 수술을 시도하려는 조짐이 일고 있다는 사실을 매스컴에서 접하고 몇자 적는다.
현 정부는 공약사항으로 건강보험제도의 보장성을 2008년까지 80% 확보하겠다고 내걸었다. 그런데 문제는 재원마련이다.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국고지원을 늘리던지 아니면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방법 외엔 없다. 여기서 두가지 방법이 다 만만치 않으니까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하여 그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민간보험의 도입이다.
하지만 이는 의료보험의 사회성을 간과한 결정이다. 그야말로 없는 것도 서러운데 몸이 아파 치료를 하는데도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별을 심화시킬 필요가 있을까? 왜냐하면 있는 사람은 민간보험에 가입하여 많은 보험료를 납부하면서 고급병원을 이용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점차 혜택도 못받는 공보험인 건강보험료의 납부를 거부하고 결과적으로 재정이 점점 취약해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날로 축소될 것이다.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기반을 쌓아온 사회보험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이 오고야 말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민간보험이 활성화되고 있는 미국을 보자. 민간보험료가 너무 비싸 가입을 못해 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인구가 전체의 15%인 4천2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수치로 예를 들자면 민간보험은 보험사주의 영리추구, 관리운영비, 광고선전비 등으로 인하여 건강보험이 보험료 100원을 내면 178원의 혜택을 받지만 민간보험에는 보험료를 100원 내고 61원의 혜택을, 다시 말하면 39원의 손해를 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병원의 영리법인 허용에 대해서도 적지않은 우려가 있다. 현재까지는 법적으로 법인형태의 의료기관은 영리를 추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하지만 영리법인의 병원이 허용되면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어 이윤 극대화에만 신경 쓰게 되는 결과, 치료위주의 서비스 제공으로 의학발전이 전반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돈벌이가 되는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특정 영역에만 시설확충과 인재가 몰릴 수 밖에 없고, 정신과, 응급의료분야 등 필수의료분야는 후퇴를 거듭할 것이다. 또 고급 의료장비를 경쟁적으로 설치한 재벌의 대형병원들은 비급여 부분에만 신경을 쓴 결과 국민의료비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 일부 관료들이 의료를 산업으로 보는 시각은 총칼을 들고 적과 싸우는 군인이나 수술용 메스를 든 의사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소홀히 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끝으로 민간의료보험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덴젤 워싱턴 주연의 <존 큐>라는 영화를 꼭 한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