伏地不動.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 사리는 모습을 비유한 말이다.
지난해 12월 1~2일 조달청 팀장급 이상 간부 67명이 속리산에서 혁신토론회를 열고 ‘조달청이 망하는 지름길’을 찾았다. 참석자들은 현실안주, 보신주의, 고객불만족 행정을 바꾸지 않고 확산하면 ‘빨리 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는 것. 망하는 길 1~2 순위에 뽑힌 현실안주와 보신주의는 ‘민원은 법에 따라 전례대로 처리하고 상관에게 잘 보여 승진·요직을 차지해 영달을 꾀하는 공무원의 복지부동’이 원인으로 지적됐다고 한다.
이에 앞선 지난해 11월29일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도 시 공무원 9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일 못하고 짜증나는 의정부시 만들기’라는 도발적 주제의 이색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나랏돈 펑펑 쓰기, 불필요한 일 늘리는 방법, 민원인 열받게 하는 방법, 동료에게 왕따 당하는 법, 상사에게 찍히는 법, 부하 직원에게 욕먹는 법 등 6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복지부동을 척결하자는 의지도 다졌을 법.
복지부동이란 위급한 전시상황에서 몸을 은폐하고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군대용어로 애용되어 왔다. 그러다 93년 2월 김영삼 정권 출범 이후 새로운 사회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사정바람이 불자 책임질 일을 회피하거나 사소한 일조차 꺼리며 일손을 놓고 있는 공무원 사회의 행태를 빗대면서 유행어가 되었다. 업무소홀, 처리지연, 소신결여, 책임회피, 변화거부, 보신주의 등의 의미로 폭넓게 통용되고 있다.
복(伏)은 낯선 사람(人)을 보고 개(犬)가 덤벼들기 위해 잔뜩 몸을 엎드리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개가 땅에 엎드리는 목적은 도둑이나 낯선 사람에게 달려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몸만 잔뜩 움츠리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개로서의 의무를 방기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공무원들이 열과 성의를 다하여 국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충복이 되어 노력하고 있지만, 간혹 '미꾸라지’ 같은 존재들 때문에 ‘공무원=복지부동=철밥통’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유포되고 있다. 의정부 경전철사업 지연과 장애인화장실 엉망관리 등이 그렇고, 동두천 서울의원 ‘감싸기’와 신시가지 각종 문제 등이 그렇다. 충복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밥그릇만 챙기기에는 시대가 너무 변했다. 늦었지만 땅을 딛고 일어나 힘차게 움직여야(立地活動) 그나마 업무진행상 실수를 해도 용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