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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위헌적 발상으로 국민 협박하나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2010-03-03 09:14:38 입력

청와대가 세종시와 관련, 의회민주주의를 짓밟으면서 위헌적 발상까지 언론을 동원해 공식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여야 최대의 쟁점이 되어 있는 세종시 문제는 한나라당이 당론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논의 중인데도 청와대가 국민투표를 거론한 것은 당의 존재를 깡그리 무시하는 무서운 발상이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와 결부시키는 발상은 위헌논란, 소모적 국론분열을 자초하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8일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가 지금처럼 아무 결론을 못 내리고 지지부진하면 적절한 시점에 중대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이 구체적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만약 중대 결단을 내리게 되면 세종시 수정안이 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언론은 이에 대해 세종시 수정 논의가 계속 지지부진하게 진행돼 논란만 확산할 경우 세종시 원안의 수정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대통령직 수행에서 법의 준수가 첫째다. 청와대는 세종시 특별법이 시행 중인데도 그 수정을 시도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다가 이제는 위헌적 요소가 있는 국민투표를 시사했다. 이는 국민에 대한 명백한 협박이다. 청와대가 민주주의에 대한 쿠데타를 벌이려는 것인가!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이 대통령의 이름을 빌어 폭탄 발언을 한 것을 보면 이 대통령의 사전 승인이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만약 대통령의 사전 승인이 없이 핵심 관계자가 위헌적 발상을 제시했다면 청와대가 무정부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청와대가 조용한 것을 보면 이 대통령은 대리인을 시켜 자신의 속셈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면, 언론은 지극히 무책임하고 한심스럽다. 대통령 주변의 핵심 관계자가 한나라당의 존재를 송두리째 무시하거나 위헌적 요소가 있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도 실명을 밝히지 않은 것은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치 않은 것이다.

언론이 정치권력의 눈치만을 살피면서 직간접적인 홍보 역할에 안주하거나 정치권력의 요구에 순응한 전형적인 태도다. 이는 언론이 국민을 위해 무한 봉사를 한다는 의무감을 스스로 짓밟는 태도다. 언론이 제4부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면 국민의 입장에서 궁금 사항을 보도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도 투명해지고 언론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커진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발언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대통령이 3권 분립의 기본 취지를 존중한다면, 세종시 특별법이 살아 있고 그 수정안이 아직 한나라당에서 논의 중에 있다는 점을 십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이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은 자신이 주도한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전에 그 통과를 기정사실화해 세종시 입주 기업에 특혜를 주는 조치를 취하고 정부 부처를 동원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한나라당은 세종시 수정안으로 갈등이 증폭될 뿐 당론 수정이 되지 않자 중진협의체를 구성해 이를 대처키로 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세종시 논의가 계속 지지부진하게 진행돼 논란만 확산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국민투표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청와대가 한나라당은 물론 국민을 향한 협박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시사한 것은 헌법의 관련 조항 기본 취지에 정면 배치된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가 국가안위에 관한 사항이라고 인정하면 국민투표로 갈 수 있는 것인가? 정략적 발상의 테두리에서 맴도는 발상을 국가안위로 몰아간다면 이는 전형적인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법 해석 방식이다. 어린이도 비웃을 억지와 독선적 해석이다.

청와대의 태도는 마치 ‘대통령이 법이다’라는 것과 같다. 대통령은 실정법과 상식의 테두리 안에서 국정을 수행하도록 국민이 뽑은 국민의 머슴이다. 대통령이 국론 분열을 자초하고 헌법적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식의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에서 젊은 선수들이 큰 성과를 거둔 직후 국민의 간담을 서늘케 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너무 실망스럽다. 젊은 세대가 세계와 정정당당히 겨눠 지구촌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식의 정치 후진적 발상을 내놓는 것은 선진화에 재를 뿌리는 것과 같다.

청와대가 밝힌 대통령의 태도는 지진 뒤의 쓰나미처럼 황당하고 파괴적인 것이다. 청와대는 핵심 관계자가 이 대통령을 앞세워 위헌적 발상을 시사한 이번 소동의 진상을 밝히고 대통령이 이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이런 식이면 시간은 이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과 기사제휴

2010-03-03 09:20:01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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