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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독도발언과 3.1절기념사는 닮은꼴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2010-03-17 11:33:28 입력

법치를 유난히 강조하는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에 대해서는 국민의 자존심을 깔아뭉개는 짓을 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MB의 ‘독도 발언’ 기사는 사실”이라는 입장을 공개한 뒤 이 대통령이 취하는 침묵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 뉴라이트들이 이상야릇한 국익론으로 청와대를 거들면서 문제는 더욱 크게 불거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발언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그가 최근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의 현재 진행형인 침략 행위에 대해 침묵하거나 선인들의 대일 투쟁과 희생을 부적절하게 언급한 것에서도 발견된다.

이 대통령은 십여일 전의 제91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지난해 12월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주장 관련 내용을 일본 고교 교과서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것과 일제시대의 한국인 강제 노동 피해자에 대해 99엔(1천300원)의 보상금을 지급키로 결정한 것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치 않았다. 이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 당시를 회고하는 표현만 사용했는데 이는 역대 대통령들의 3·1절 기념사와 다른 점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25일 고등학교 사회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일본 고교생에게 주지시키도록 독려하는 내용을 넣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는 독도를 명시하면서 그 영유권 주장을 독려했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23일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 동원된 한국의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유족들에게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1인당 99엔을 지급하기로 결정, 민족적 분노를 자아내게 했었다.

이 대통령은 이번 3.1절 기념사에서 위와 같은 일본의 침략적 행위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치 않았다. 그는 한·일 과거사 현안에 대해 2년째 침묵한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회고 발언 가운데 “나라를 빼앗기고, 총칼에 의해 목숨을 잃었지만 우리 민족은 남을 배격하거나 결코 원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본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고, 다만 일본의 비정상을 바로잡아 옳은 길로 이끌고자 했던 것입니다”와 같은 부분은 3.1절의 역사적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다는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컸다.

일제는 3.1운동 기간 동안 동포 10여만명을 학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일본은 아직도 과거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청산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는 역사의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야당들은 날선 비판을 내놓았다. 자유선진당은 “일본에 한없이 유약한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역사관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판했었다. 그러나 수구언론을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태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략이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심각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은 20세기 초 한반도를 침략하는 과정에서 독도 영유권을 강탈하는 조치를 취했고 2차 대전에서 항복한 뒤에도 여전히 제국주의 시대의 침략 행위의 적법성을 내세우는 파렴치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과거 침략 행위에 대한 반성과 배상 등에 등을 돌리는 몰역사적 태도를 보이는 것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일본의 침략주의적 발상이 현존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일본의 한반도 침략과 과거청산 외면 등에 대한 확고한 역사관이 있었다면 독도 발언 문제가 터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발언 시비는, 이 대통령의 일본 정부의 도발적 행위에 대해 침묵하면서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 대통령이 이번 3.1절 기념사에서 언급한 남북관계는 그의 일본 침략성에 대한 침묵이나 애매한 표현과 크게 대비된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이 남한을 단지 경제협력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그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가 제안한 그랜드바겐도 함께 진지하게 논의해야 합니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이 북한은 남한을 경제협력 대상으로만 여긴다고 단정한 것이나 6.15선언, 10.4선언이 아닌 그랜드바겐을 강조한 것은 북측을 대화의 상대로 전혀 배려치 않는 공세적인 태도다. 일본에 대해 솜방망이도 들지 않은 언급과 비교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독도 발언 문제의 파문이 이 정도 커졌으면 당연히 국민 앞에서 직접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 대통령은 평소에도 크고 작은 국내 문제에 관심이 많아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런데 대통령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국익 논쟁으로까지 비화되는데도 침묵하는 것은 전혀 그답지 않다.

침묵은 절반의 동의라는 말이 있다. 이 대통령이 계속 침묵한다면 요미우리 신문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것으로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시간은 대통령 편이 아니다.

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과 기사제휴

2010-03-17 11:39:35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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