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를 만드는 재료가 되는 조기는 한자로 助氣인데, 이는 기운을 돕는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조기는 입맛을 돋우어 줄 뿐 아니라 어린이의 발육과 환자나 노인들의 원기회복에 좋으며 소화작용을 도와주는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굴비는 조기를 소금에 절여서 말린 것인데 유독 영광굴비가 유명하다. 조기류는 민어과에 속하고 한국 연안에서 잡히는 것은 13종에 달하지만 영광굴비는 이중에서도 신선한 참조기로만 가공한다. 이 참조기는 산란을 위해 동지나 해역에서부터 추자도와 흑산도 해역을 거쳐 서해안으로 회유한다. 음력 3월 중순 곡우사리경 영광 칠산 앞바다를 지날 때 가장 알이 충실하고 황금빛 윤기가 있어 이 때 잡은 참조기를 가공한 것이 영광굴비다.
영광굴비가 타 지방의 굴비에 비해 유명해진 이유는 당연히 맛이 좋기 때문일 터. 그 비결로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꼽는다.
첫째, 칠산바다에서 잡은 참조기는 알이 충실할 뿐만 아니라 지방이 풍부하고 둘째, 법성포의 특수한 지리적 기상요인(기온, 습도, 풍속, 서해의 북서풍)으로 건조조건이 월등히 뛰어나며 셋째, 예부터 1년이상 간수를 빼낸 천일염으로 염장을 한다는 것이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로 세척해서 위생적이란 점도 강조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근해에서 잡은 국내산 참조기의 신선도일 것이다.
굴비(屈非)라는 이름은 고려 인종 때 이자겸이 난을 일으켜 왕이 되려 했으나 측근인 척준경의 배신으로 미수에 그치고 법성포로 유배되었다. 그 때 굴비의 기막힌 맛에 반해 임금에게 진상하게 되었으나 이런 자신의 행위가 죄를 감면받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단지 백성된 도리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비겁하게 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굴비(屈非)’라 이름 붙여 바쳤다고 한다. 이 때부터 영광굴비는 임금님의 수랏상에 진상되고 궁궐에서부터 영광굴비가 명물로 등장하여 각광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자겸의 행위야 비난받을지라도 굴하지 않겠다는 그 마음처럼 영광굴비도 중국산 홍수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그 자존심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요즈음에는 소비자들의 식생활 변화로 적당히 말려 수분이 많은 굴비를 선호하기 때문에 냉동보관은 필수적이라고 한다. 2~3마리씩 한 끼에 먹을 분량만큼 비닐 팩에 싸서 냉동보관하면 오래 두어도 그 맛이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