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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시대 해군, 무능한 MB 정부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2010-03-30 17:50:29 입력

국제적으로 창피한 일이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은 서해 NLL 지역에서 작전 중이던 1천톤급 함정이 의문의 폭발로 가라앉은 뒤 29일 나흘째를 맞았다. 수색 구조작업은 제자리 걸음이고 모든 것이 안개속이다. 청와대, 군에서 사고의 구체적인 원인은 전혀 제시되지 않은 채 무책임한 설들이 쏟아지면서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청와대가 관련 정보를 아끼면서 위기감을 방치 또는 부추기는 태도가 무성한 추측만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사고 발생 직후 공중파 TV 등에서 북한 책임론을 대대적으로 언급한 뒤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사고에 관한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면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식의 해설이 줄을 잇는다.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최적의 상황이 방치되고 있다.

청와대의 애매한 태도는 북측의 공격설에 여전히 기름을 붓고 있다. 내부 폭발 가능성을 부인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전문가들이 그 가능성을 부인하는 기뢰, 어뢰 폭발설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가 계속 야릇한 태도를 취할 경우 사건을 안보불안으로 몰고 가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군은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선체 인양이 필수적이라는 식으로 몰고 가고 있다. 1천톤이 넘는 선박의 인양에는 두 달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6월초 지방선거 이후에야 침몰 선박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셈이다. 사고원인규명 가능성을 선박 인양에만 국한시키는 것은 이번 사고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고원인이 불명인 채 대북 안보불안을 부채질하는 것은 4대강, 세종시 문제 등으로 수세에 몰린 수구세력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

46명의 젊은이가 물밑으로 사라져 생사가 불명한 엄청난 비극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세계 금값이 뛰고 미국 뉴욕 증시가 출렁였다. 충격파가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케 한다.

그런데 보라. 사고 발생 후 사흘째 되는 28일 군은 함정이 두 쪽으로 갈라져 물밑으로 사라졌는데 행방이 묘연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것도 피해자 가족들이 사고해역에서 배를 타고 무심한 바다를 원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군의 고백이었다. 그 전날까지 군은 수색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큰 소리로 공개했었다. 군은 국민을 속이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드러냈다.

첨단장비로 무장했다는 군의 어처구니없는 모습이다. 침몰 함정에 위치표식 부착과 같은 기초적인 조치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석기시대의 군과 같은 무지하고 무책임한 모습이다.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주재의 비상대책회의가 계속 열리고 있지만 군의 부적절한 대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오히려 군을 두둔하는 소리만이 나올 뿐이다.

이 대통령은 사고 발생 사흘째 되는 날 ‘해군이 초동 대응을 잘했다’고 말했다. 실종인원이 그 정도로 그친 것이 다행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사고 발생 후 최소 70분, 최장 3시간 동안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아직도 안개 속인 상황이다. 사고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해도 사고 후 조치상황에 대해서는 군답게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일체 발표가 없다. 이런 상황이니 청와대가 선무당 같은 소리를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청와대의 언행은 국민의 불안감,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사고원인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느니, 예단은 금물이라는 말을 되풀이 한다. 군의 보도통제는 청와대의 이런 태도로 더욱 완강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부정하면서도 완전 부인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 공무원 비상동원조치를 취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은 온통 사고원인과 실종 군인의 안위에 쏠려 있다. 최소한도의 구난 원칙조차 외면하는 것 같은 해군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 군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을 하고 있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사고원인 등에 대한 최소한도의 정보조차 정부가 제공치 않는 것은 신중함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그것은 지독한 무능이다.

피해자 가족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총리의 면담을 거부하고 민간인 잠수부를 직접 구해서 수색작업을 벌이겠다고 했겠는가? 정부는 뒤늦게 미국 선박의 현장 출동과 민간 해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뒤늦게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능의 극치다. 수색작전에 나선 군은 침몰한 함정을 찾느라 부산을 떨다가 29일 겨우 그 위치를 확인했으니 피해 가족들의 속은 숯덩이가 된지 오래다.

군은 사고해역의 조건이 불량하다면서 사고 발생 후 40여시간 동안 군 잠수부가 수색작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고 거듭 발표했다. 28일만 해도 기상청은 사고해역의 날씨가 양호해서 수색에 적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군은 해난구조대 투입 3분 만에 ‘거센 조류’를 이유로 수색을 중단했다. 현지 해류의 유속이 빠르다는 것은 수십년 된 기초적인 현장정보다. 그런데 그에 대한 대비가 전무한 상태에서 구조대를 바다에 내보낸 뒤 수분 만에 수색을 중단시킨 것 또한 정상적인 대처는 아니다.

28일 TV에서 비친 군의 현장수색 모습은 여러 척의 고무보트에 탄 군인들의 모습뿐이었다. 잠수부를 보호하거나 수중카메라 등의 장비를 갖춘 구조 전문 선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수중카메라 이야기는 힘겹게 발견한 침몰 함선의 선수, 선미 부분을 발견한 뒤인 29일부터 나오고 있다. 이런 모습을 국내외 해난 전문인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하면 등에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다.

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과 기사제휴

2010-03-30 20:30:39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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