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현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전 세계 모든 국가는 당장 핵무기를 해체하는 것이 옳다. 미국은 1945년부터 무려 1천30회나 핵실험을 해왔으며 전략핵무기가 5천968기, 전술핵무기가 1천여기, 비축핵무기가 3천여기나 되는 전 세계 핵강대국이다. 러시아는 1949년부터 715회의 핵실험을 거쳐 전략핵 4천978기, 전술핵 3천500기, 비축핵 1만1천기를 보유하고 있다. 1964년부터 45회의 핵실험을 한 중국은 100기 이상의 핵탄두를 갖고 있다.
이들은 모순되게도 지난 1970년 발효된 핵확산 금지조약(NPT) 가입국이다. 자신들은 지구를 몇 번이나 멸망시키고도 남을만큼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다른 국가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는 것을 막는다. 현재 핵 보유가 공인된 이른바 ‘핵클럽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뿐이다. NPT 미가입국은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쿠바 등이다. 북한은 85년 12월 NPT에 가입했으나 특별핵사찰 요구에 반발하여 93년 탈퇴를 선언했다가 보류한 뒤, 다시 불거진 핵개발 문제로 2003년 1월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
이중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핵 보유국으로 비공식 인정받고 있다. 1974년 핵실험을 한 인도는 지난 3월 미국과 협정을 맺고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핵기술 등을 제공받기로 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인도의 핵을 인정한 것이다. 1998년 핵실험을 한 파키스탄도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동참한 대가로 사실상 핵무기를 용인받고 있다. ‘중동의 미국’ 이스라엘은 핵 보유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NCND)’ 정책을 취하고 있지만, 미국의 묵인 아래 핵무기를 가졌으리라는 점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압살정책이 핵무기 개발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북한을 악의 축, 불량국가로 지목하며 대북강경책을 고수할 태세다. 미국이 인정하면 핵 보유국이 되고, 인정하지 않으면 ‘인류의 적’이 되는 딜레마에 세계가 놀아나고 있다. 한술 더떠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지식인,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지시하는데 노무현이 말을 안듣는다” 식의 ‘전쟁불사론’을 외치며 미국의 노예(?)임을 자처하고 있으니 불쌍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