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시가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돼 나름대로의 개선책이라며 냉동도시락 열흘치를 냉장도시락으로 바꿔 관내 저소득층 결식아동들에게 택배로 배달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결식아동들을 내 아이처럼 소중히 여겼다면 상식적으로 불가능했을 법한 일이다.
동두천시가 밝힌 식단표를 보면 모두 햅쌀밥, 짜장파티, 3분 쇠고기짜장·카레, 사골곰탕, 참치캔, 조리김, 우엉조림, 무말랭이조림 등 즉석 인스턴트 식품과 수입산 재료로 만든 반찬으로 나타났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면 매번 이러한 인스턴트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니, 그동안 결식아동 급식에 큰 관심을 보이지 못했던 우리도 깊은 좌괴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자라나는 새싹들이 무슨 잘못이 있어서 환경호르몬 발생 위험성이 높은 포장재질의 밥과 인스턴트 식품을 먹어야 하는지 우리 사회는 경각심을 갖고 반성해야 한다.
동두천시민연대 등은 이 사태를 ‘반인권적 행정편의주의’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시민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결식아동을 상대로 황당하고 안일한 아동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최용수 시장에 대한 분노와 질타를 넘어서 그러한 자들에게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동두천 시민들의 사회복지를 맡겨야 한다는 것이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연대는 자체 조사를 통해 확보한 열흘치 냉동도시락용 해물볶음밥은 “차마 눈으로도 보기 민망할 정도의 식품이었다”며 “대부분 다 버렸다는 아이들의 말에 소름이 끼쳤다”고 질타했다.
물론 동두천시가 그동안 결식아동 구제를 위해 식권, 농협 식품상품권 등을 이용하고, 그중 현실적인 대안으로 냉동도시락을 배달하다 문제가 되자 냉장도시락으로 변경한 사정은 고육지책일 수 있겠다. 더욱이 밥과 반찬을 매일 만들어주겠다는 사회단체도 있었으나 끼니마다 배달을 할 수 없었다는 해명도 아예 터무니없지는 않다. 그러나 도시락이라고 던져주고 ‘배고프면 먹어라’ 식의 구휼정책은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인성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가정에 냉장고가 없거나 전자렌지 등 조리기구가 마땅치 않은 경우 배달된 도시락은 ‘그림의 떡’이다.
동두천시는 계속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사)한국사회복지진흥원과의 급식위탁계약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늦었지만 새로운 급식체계를 강구해 ‘인권유린’ 오명을 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