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외과 전문의 |
봄이다. 봄은 만물을 소생케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뻣뻣한 나뭇가지에서 파릇파릇한 싹이 돋아나게 하고, 땅 속에서 죽은 듯 자고 있던 개구리를 뛰쳐나오게 하며, 심지어는 겨우내 방에서만 뒹굴던 우리네 수줍은 누님마저 화사하게 치장을 하고 살포시 마실을 나가게 만든다. 정말 아름다운 계절이다.
하지만 봄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만을 소생케 하는 것은 아니어서 따뜻한 봄기운에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병균들도 잠에서 깨어나게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봄기운을 타고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각종 전염병의 발생 건수도 서서히 증가하게 된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수족구병도 그 중 하나다.
어느 날 귀여운 아이가 느닷없이 열을 내며 보채어 부모 속을 태우더니 설사를 하고 토하기도 한다. 그러더니 며칠 후 서서히 손발(手足)에 이상한 물집이 생기기 시작하고 어느새 희한하게도 입안(口)에까지 물집이 생겨서 아이가 입이 아파 도통 먹지를 않는다. 그런데 다행히 1주일 정도 경과하니 서서히 좋아져서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전형적인 수족구병에 걸린 어린이 가족의 이야기다. 엄밀히 말하면 수족구병은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하지만 대개는 면역력이 약한 6개월에서 4세 사이의 어린이가 주요 대상이다. 수족구병은 장내에서 서식하는 장내바이러스 중 콕사키바이러스라는 것에게 감염되어 생기는 병이다.
수족구병은 A형간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입을 통해 전염되는 경구감염이다. 아직까지 수족구병에 감염되면 근본적으로 바이러스를 사멸시킬 수 있는 약은 없다. 또한 이 병은 재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족구병에 대한 가장 좋은 대처 방법은 예방이다. 일단 아이가 수족구병에 걸렸다면 탈수가 되지 않도록 물을 적당히 먹이도록 하며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먹여주도록 한다.(대체로 아이스크림 등 시원한 음식이 구강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구강내 통증이 매우 심하여 대부분의 아이들은 잘 먹으려 들지 않는다. 아이가 너무 못 먹어서 탈수가 될 정도이거나 열이 심하게 난다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도 바람직하겠다. 병원에서는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근본 치료를 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병을 앓고 지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드물기는 하지만 뇌수막염 등의 치명적인 후유증 발생 여부를 조기에 감별해 줄 수 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수족구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족구병은 대부분 큰 후유증 없이 저절로 잘 낫는 병이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참 쉽지 않은 병이며, 드물게 뇌수막염 등의 후유증이 발생할 수도 있고, 최근 중국에서는 엔테로바이러스 71이라는 강력한 균에 의한 수족구병이 유행하여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였다고 하니 인접국가인 우리나라도 예전보다는 좀 더 신중한 대비책이 필요하겠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작년에 국내 최초로 수족구병에 의해 사망한 경우가 발생한 바 있다.
올 봄에도 누구네 집 아이는 분명히 수족구병에 걸릴 것이다. 요즘같이 맞벌이 가정이 많은 상황에서는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 등에서 집단적으로 전염되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족구병은 예방이 최선이라고 하였다. 예방을 위해서는 환자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자주 양치질하고 손을 씻는 등의 개인위생을 위한 습관을 들이도록 하며, 특히 이 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식기 등은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우리 아이가 수족구병에 걸렸다면 최소한 물집이 형성된 후 2~3일 정도는 전염력이 있으므로 이 기간 동안 집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하여 다른 친구들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아야 하겠다.
이러한 예방을 위한 지침 중 일부는 다소 삭막하고 야속한 느낌이 들기도 하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이므로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친구들을 위한다는 배려의 의미로 이해를 하여주셨으면 한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하나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