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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과 전문의 |
사람의 배 오른쪽 위쪽에 위치한 장기. 초록색 기다란 주머니 모양으로 생겨서 간 아래에 붙어 있는 장기. 사람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장기. 우리는 이것을 한글로 쓸개라고 부르기도 하고, 한자어로 담낭(膽囊)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사실 쓸개는 거대하고 넉넉한 풍채를 자랑하는 간 아래에 매달려 있는, 그 모양새로만 보아서는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담(膽)이라는 한자는 쓸개를 지칭하는 뜻도 있지만 담력, 배짱, 기백을 상징하는 깊은 의미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쓸개를 다시 보게도 한다.
쓸개에 대한 견해는 동양과 서양이 다소 다르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쓸개를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이 중도와 바름을 지키는 비범한 장기로 보아 왔다.
반면 평상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아도 그 나름대로 맡은 일을 해내기는 하지만 수술 등으로 쓸개가 제거되어도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 서양의 견해다. 물론 현대의학 및 과학으로 이것을 명명백백하게 증명할 길이 없어서 이러한 견해 차이에 대한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견해 차이의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쓸개는 이러한 견해 차이가 있을 수도 있음을 의사로 하여금 느끼게 한다. 지나친 실증주의의 첨단에 치달은 나머지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통합적으로 아우르지 못하고 지나치게 물질적이고 이분법적인 연구에만 몰두하는 오류를 범하는 듯한 현대의학에게 인간에 대해 보다 더 유연히 접근하기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몸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보내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밝혀진 대표적인 쓸개의 기능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라는 액체를 농축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시 적당량을 배출하는 것이다. 담즙을 쓸개에서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담즙은 음식의 소화에 관여하며 특히 지방질을 소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공복시에는 담즙을 쓸개주머니 내에 보관하고 있다가 식사를 하게 되면 담즙을 장으로 내보내어 소화를 돕게 한다.
간과 쓸개를 보기 위한 초음파 검사를 하기 위해서 금식을 필수적으로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금식시에는 쓸개 내에 담즙이 가득 차 쓸개가 한껏 부풀어 있어서 검사가 용이하지만 식후에는 담즙이 빠져나가 쓸개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줄어져 검사가 힘들기 때문이다.
쓸개도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오래 사용하다 보면 갖가지 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 쓸개 내에 있는 담즙이 굳어져 돌처럼 딱딱해지는 담석증, 그리고 쓸개 내에서 혹이 자라나는 담낭용종증이 대표적으로 쓸개에서 발생되는 질병들이다.
(다음 회에는 이러한 쓸개의 질환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