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틸링 집안에 좀 이상한 녀석이 태어났다. 갓 태어난 생쥐는 눈을 뜨고 있어서는 안 되는데, 절망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데스페로는 엄마의 거울에서 반사된 햇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스페로는 생긴 것부터 이상했다.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작은데다가 귀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컸고, 눈을 뜬 채로 태어났으니. 생쥐면 생쥐답게 빵 부스러기조차 쪼르르 쫓아다니며 먹을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 중요한 일은 뒷전이고 멀리서 들려오는 멋진 음악에 큰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2001년에 <내 친구 윈딕시>로 뉴베리 명예상을 받았던 케이트 디카밀로는 <생쥐 기사 데스페로>로 1년 동안 발행된 최고의 동화 한 편에만 주는 뉴베리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특이하게 생긴 작은 생쥐 한 마리가 엄마를 잃은 공주를 사랑하게 된 이야기이지만, 주인공답지 않은 주인공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더 솔직할 듯 하다.
어둠 속에서 살고 있던 데스페로가 빛 속에서 사는 공주를 사랑하게 되어서 남몰래 진행되고 있는 음모에서 공주를 구하는 과정이 기묘하다는 느낌을 준다. 케이트 디카밀로는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인과관계에 의해서 연결되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연결고리는 특정한 존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나 역시도 한 발짝 얽혀 있고, 그로 인해서 또 다른 인과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재미와 긴장감이 감도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생쥐 데스페로처럼 빛 속으로 들어가기를 원했지만, 시궁쥐 로스쿠로는 오히려 빛으로부터 배척을 당한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소녀 미그를 현혹해 공주를 지하 감옥으로 끌고 간다. 미그는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길 때, 마지막 눈길조차 주지 않고 냉정하게 떠나버린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밝고 화사하게 웃는 공주에 대한 부러움으로 자신도 공주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사람인지 부리고 있는 사람인지 아무튼 데리고 있는 삼촌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미그가 질문을 할 때마다 ‘귀때기에 멋진 한 방’을 먹이는 난폭한 인물이다. 그리고 공주와 왕은 사랑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엄청나게 낭만적인 가족이다.
이런 인물들이 얽히다보니 참으로 요상한 사건이 벌어질 수 있었다. 빛을 얻고 싶었던 시궁쥐가 왕비의 스프에 빠지는 바람에 너무 놀라서 죽고, 왕과 공주가 왕비의 죽음을 슬퍼하며 서로 위로하고 있을 때 생쥐 데스페로를 만난다. 데스페로가 공주를 사랑하게 되자 감히 생쥐답지 않은 행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지하 감옥으로 끌려갔다. 그 곳에서 만난 죄수가 공주를 가두고 스스로 공주가 되고 싶어 하는 미그의 아버지이다. 미그의 아버지는 왕비가 스프 때문에 죽어서 국법으로 금지시킨 스프를 끓이다가 잡혀왔다. 관계가 너무 복잡한가? 그러나 한 인물이 사라지면 이야기의 사슬이 끊어져서 절대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이런 복잡한 전개를 만들어 독자가 뭔가 미스터리 같은 이야기를 풀 수 있도록 한 것이 케이트 디카밀로의 뛰어난 능력이 아닌가 싶다.
요즘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평택이 꽤 요란하다. 남은 사람과 떠난 사람, 상인과 군인, 정부와 미군이 얽혀서 만든 광폭한 들판의 아픔은 가라앉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과연 누구의 뛰어난 시나리오로 이 사람들의 미로같은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인지.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땅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거울나라의 앨리스>, <보물섬> 등 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