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미FTA 2차 협상중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시장개방이라는 FTA 정신에 위배되어 협상을 중단한다”는 미국 수석대표의 선언 이후 정부가 추진하는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추진 배경은 국내의 약제비 산정 문제, 등록된 약제 사후관리 취약 등의 문제로 엄청나게 늘어난 약제비용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들 수 있다.
2005년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출한 약제비 지출규모는 7조2천289억원으로 2001년에 비해 무려 73%가 늘어난 수치다. 이중 국민의료비 대비 약제비 비중은 28.8%로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11.3%가 높은 수준이다. 2003년 이전 5년 평균 약제비 증가율은 12.7%로 OECD 국가의 2배에 달하고 있다.
이런 약제비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먼저 신약의 가격결정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최초 신약의 가격결정을 선진 7개국(A7) 의약품가격 평균가로 정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소득 및 물가수준은 감안되지 않고, 신약의 조기 도입이 빈번한 국내 의료환경으로 최초 개발국 1개국의 고액 가격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 관리적인 측면이다. 2006년 1월 현재 건강보험약제급여 목록의 의약품 수는 2만2천169개 품목이지만, 이중 보험적용 의미가 없는 의약품(미생산, 미사용 의약품 등)이 35.6%나 차지한다. 또한 의약품 심의 전체 과정에서도 150일내로 처리토록 하고 있어 생동성실험 등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평가하기에는 절대 부족한 환경이며, 현재 급여대상 결정기준(Negative list)에서는 예방목적,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 경제성이 불분명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급여대상으로 하고 있어 약품의 질·사후관리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셋째, 국내 제약산업 기반의 불안정 상황과 다국적 제약회사의 압박을 들 수 있다. 국내 제약회사의 연구개발비 투자율은 매출액이 5% 수준으로 외국기업에 비해 미미한 실정이고,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불투명한 유통구조가 지속되어 국내 의약품 산업의 비중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다. 또 다국적 제약회사의 지속적인 약가 상향 조정요구에 비해 소비자의 하향조정요구는 거의 부재한 실정으로 적정한 약가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넷째, 병·의원 등의 고가약 선호 경향도 문제로 들 수 있다. 2004년도 기준으로 병·의원 처방의약품 구성을 조사한 결과 무려 59.5%가 동일성분 내 최고가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런 약제비 증가에 대한 우려와 약제 관리시스템 개선 요구 속에서 정부의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9월중 추진 예정이다. 선별등재 시스템(Positive list)으로 질이 우수한 약품을 선별하여 등재하고, 적정약가 유지를 위한 협상절차를 도입하며 의약품 적정사용을 유도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일부 우려하는 의견도 있으나 약제의 효율적인 사용과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통한 보장성 강화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등 올바른 사회보장제도로 발전하기 위해, 의료비에 대한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취약한 국내 제약산업의 체질개선을 위해, 현 시점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정책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