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끝나고 민선 5기가 출항했지만, 여전히 지방의회는 폭풍전야다. 7월1일 원 구성부터 꼬인 지방의회 정치는 숨이 막힐 정도로 불통이 심각하다. 대부분의 원인은 다수당 때문이다.
이번 제6대 의정부시의회와 양주시의회, 동두천시의회는 모두 한나라당이 비한나라당보다 딱 1석 더 많은 과반수를 차지했다. 3곳의 상황은 전혀 딴 판으로 흐르고 있지만, 파행의 원인은 역시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만들었다.
의정부시의회의 경우 한나라당 안정자 의원이 어찌된 영문인지 의장 선거 때 무효표를 내리 3번이나 만들어 결국 연장자인 민주당 노영일 의원이 의장으로 뽑히는 이변이 발생했다. 진상을 확인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임시회 정회 뒤 ‘안 의원이 압력이나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식의 인신공격성 기자회견까지 벌이며 현재까지 속개를 거부하고 있다.
‘충격’을 받은 안정자 의원이 두문불출하여 임시회 속개를 해봤자 여야 동수인 상태에서 ‘부의장이나 상임위원장 자리도 민주당에 뺏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의장과 부의장을 모두 독식하려는 계획은 이미 물거품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자체 속개를 할 수 없어 속만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이다.
동두천시의회는 비한나라당 의원 3명이 한나라당의 의장단 독점계획에 반발해 임시회를 퇴장한데 이어, 개원식까지 불참하며 ‘민주주의 말살하는 의회독식! 한나라당은 각성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나라당 4명이 ‘다 해먹겠다’ 식의 오만을 보인 결과다.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대결과 반목이 거듭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나마 양주시의회는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부의장 자리를 양보해 순탄하게 원 구성을 하고 개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투항하는 모양새가 연출돼 내부 분열이 우려될 뿐이다.
거꾸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제8대 경기도의회도 파행이 심각하다.
7월6일 원 구성은 여야 갈등으로 일단 좌절됐다. 도의회 정원 131명 가운데 42명 밖에 안되는 한나라당이 부의장 2석 가운데 1석과 의석 비율에 따라 13석의 상임위원장 중 4석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지난 7대 도의회에서 한나라당이 의장단을 모두 독차지한 것을 먼저 사과해야 교섭할 수 있다고 맞섰다. 그러나 최연장자로 임시의장을 맡은 한나라당 김진춘 의원이 원 구성을 위한 제251회 임시회를 무기한 정회하면서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이처럼 다수당이 숫적 우위를 무기 삼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권위주의적 독재유혹이 판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렇게 된다면 지방선거는 항상 민심은 뒷전이고 다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간 힘 있는 자들의 전쟁터가 될 게 뻔하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틈을 막아버리면, 우리나라는 20세기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정치 발전은 곧 국력이다.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여야 모두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파행국면에 따른 민심이반을 재빨리 수습하길 기대한다. 정치혐오증을 더 이상 유발해서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