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망사(亡事)가 되지 않으려면 적임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안목과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늘상 그래왔듯 선거에서 새로운 인물이 수장이 되면, 코드가 맞거나 수족이 될만한 사람을 요직에 앉히는 것이 인지상정일지는 모르겠다.
6.2 지방선거 전부터 공무원들에게 사실상 줄서기를 강요한 현삼식 양주시장이 기어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지난 7월8일 5급 사무관 15명과 인사담당 6급 공무원을 교체해버린 것이다.
본인이야 무슨 기준과 생각으로 인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겉으로 나타난 교체 내용을 보면, 보은성 인사를 겸한 줄세우기로 요약된다.
우선 이른바 공직의 3대 요직이라 불리우는 인사·기획예산·회계라인 중 2개 부서장을 전격 교체했다. 이들은 현삼식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 시절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세력의 친인척이거나 항간에 줄을 댔다는 소문이 돈 사람이다. 현삼식 시장이 당선되자마자 시정보고위원회에서 거론된 민원성 문제를 즉각 해결하겠다고 나섰다가 ‘고무줄 행정’이라는 된서리를 맞거나, 불법적인 하루 15만원짜리 렌트카를 대뜸 계약한 이들이다.
게다가 선거 당시 지방행정동우회에서 얽히고 설켜 도움을 아끼지 않은 전직 공무원들의 친인척들도 임충빈 시장 시절 5급으로 승진하여 처음으로 외곽에서 근무하다가 이번에 시 본청으로 들어오게 됐다.
농·임·축산업 등 농업직 공무원들의 발탁도 눈에 띈다. 현삼식 시장 본인이 농업직으로 수십년간 근무하면서 사조직까지 꾸려 동고동락한 ‘직할 후배’들을 나름 챙긴 것이다. 읍면동에서 근무하던 이들을 시 본청 등 사업부서로 발탁하고, 1명은 직무대리 형식으로 5급에 승진시켰다.
반면, 본인들의 의지와는 다르게 ‘임충빈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몇몇 과장들은 얼굴도 보기 싫은지 전보 제한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읍면동이나 시 외곽부서로 다급히 내보냈다. 나쁘게 말하면 보복성 인사다.
공무원은 선거 중립이 기본이다. 임충빈 시장은 2002년 민선 3기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이른바 윤명노 군수 사람들을 내몰아 점령군이라는 비난을 샀다. 4기에 들어서는 다시 ‘윤명노 사람’들을 주요 보직에 기용하기도 했다.
지금의 현삼식 시장이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공무원 줄서기를 엄중 차단하여 몹쓸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할 사람이 오히려 줄서기를 강요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사 때마다 밑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다수의 잠재적 발탁 대상자들을 불만세력으로 만드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능력있고 일 잘하는 공직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면 시민들은 대단히 불행해진다. 줄세우기식 보은성 인사라는 지적은 양주시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번 한 번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