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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 천안함 조사결과 국제적 망신 산 것
천안함 안보리 의장성명 이면에 담긴 뜻 “희생장병만 욕되게 해”
  2010-07-24 11:06:13 입력

▲ 고승우/미디어오늘 논설실장
천안함 사고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에 대한 수구언론 등의 보도는 청와대 대변지 같은 내용이다. 언론의 제4부와 같은 역할은 완전 실종상태다. 이들 언론은 남측 정부의 아전인수식 태도를 고스란히 받아 보도하면서 “中입김에 ‘北책임’ 직접 명시 못해”, “당신들은 한국인이면서 왜 정부발표 못 믿나”와 같은 기사를 통해 ‘네 탓이야’ 하는 식의 정부측 변명만을 강변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확인된 뼈아픈 교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안보리 의장성명의 주요 뼈대는 ▲사고원인 제공자는 언급치 않고 ▲남북한의 상반된 주장을 담았으며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강조한 것이다. 유엔 무대에서 손가락질하는 남북한의 주장을 여과 없이 담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립과 힘의 구도가 반영된 어정쩡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 성명의 이면에 담긴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은 천안함 사고원인은 영구 미제로 남게 됐다는 점이다. 국제기구에서 천안함 사고는 원인불명이라는 점이 공식 인정된 것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첫째, 남측 정부가 천안함 사고는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 짓고 국내외에서 대북제재를 취한 것에 대한 심각한 타격이다. 남측 정부는 천안함 사고의 원인으로 ‘1번 어뢰’ 등을 결정적 증거로 제시했지만 이런 주장은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나게 됐다. 둘째, 천안함 사고로 숨진 장병들을 불명예스럽게 한 것이다. 정부는 이들 장병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하는 등 예우를 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당한 비극의 원인이 세계적 미제 사건의 리스트에 ‘등록될’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남측 정부는 의장성명 가운데 천안함의 외부 공격을 표현한 조항을 짜깁기 하는 식으로 ‘외교적 승리’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정직해야 한다. 그런 식의 태도는 국제 외교가에서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이왕 국제적인 이슈로 제기하려면 누가 보아도 딱 부러진, 확고한 증거 등을 내놓았어야 한다. 그러나 남측 정부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우선 북한 소행으로 단정 지은 남측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한 문제 및 의혹제기가 국내외에서 그치지 않는다. 합동조사단도 계속 말을 바꿨다. 이는 합조단이 ‘1번 어뢰’를 바다 속에서 꺼낸 뒤 5일 만에 육안으로 검사한 결과만을 가지고 북한제 어뢰라는 식으로 발표하는 등 전반적으로 미흡하기 짝이 없는 조사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천안함 절단 부위에서 형광등이 멀쩡한 점, 생존 장병들의 폭발에 대한 증언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 등을 깡그리 무시한 조사결과는 유엔이라는 공론의 장에서 거부되고 국제적인 망신을 산 주요인이 되고 말았다.

천안함 문제제기에 대해 한국 내에서는 유언비어 단속이라면서 입을 막을 수 있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정부가 유엔에서 한 달이 넘게 소동을 피웠지만 결국 손에 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유엔에서의 망신에 대해 국내 어용언론을 동원해 자국민을 오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판이다. 6.2 지방선거는 북풍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는 점을 청와대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광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천안함 의장성명과 관련해 주목되는 국가가 러시아다. 러시아는 독자적으로 천안함 사고를 조사한 뒤 공식적으로 입을 다문 채 안보리 의장성명 작업에 동참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국내외 언론에 “1번 어뢰는 결정적 증거가 아니다. 천안함 폭발 전 조난신호가 있었다”는 식으로 의혹을 더 증폭시키는 내용을 보도케 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러시아는 자국이 천안함 사고원인에 대해 정밀 조사한 유일한 제3국이라는 입장을 교묘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고원인 조사에 대한 공식발표는 미루면서 ‘결정적 카드는 내 손안에 있다’는 식의 세 과시인 셈이다. 이 뿐 아니다.

러시아가 앞으로 남측이나 북측 정부를 상대로 어떤 식으로든 천안함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함축한다. 러시아는 인공위성 나로호 발사 실패 이후 그 원인 조사과정에서 남측 정부를 철저히 배제했다. 발사 비용은 몽땅 남측 정부가 부담하지만 정부간 계약에서 남측 정부의 조사권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국제사회의 원칙이나 룰이라는 것은 이처럼 냉혹하다. 이런 러시아에게 천안함 사고원인의 조사를 덥석 공식 허용한 남측 정부는 자주국방이라는 차원에서 과연 기본적 인식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다. 정부가 외교적 행동을 취할 경우 최소한의 전략은 있어야 한다. 어떤 결과가 예측되는지를 알고 덤벼야 한다. 물불 안 가리는 식, 국내 정치적 효과만을 노리는 식으로 외교를 해서는 안 된다. 천안함 사고의 유엔 회부 성과에 대해서는 엄격한 내부 비판을 통한 사후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국제사회에서 망신을 자초하는 일은 더 이상 안 된다.

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과 기사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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