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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할인마트와 구멍가게, 싸움이 되나?”
영화시장 공정경쟁 위해 스크린쿼터 유지해야
  2006-02-24 17:26:51 입력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 이후 영화인들이 연일 광화문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으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만약 스크린쿼터 자체가 축소가 아닌,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고 생각해보자. 현재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왕의 남자>가 제작될 수 있었을까? 더 정확하게 이야기해서 <왕의 남자>에 투자한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었을까?

<왕의 남자>가 저예산 영화라고 하더라도 60여억원(제작+홍보)의 예산이 들었다고 한다. 소위 'A급 배우'가 없는 것은 물론, 그간 우리 영화계에서 흥행하기 힘든 '역사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라면, 위험부담을 안고 <왕의 남자>에 투자할까 아니면, 세계적인 톱스타가 출연하고, 화려한 볼거리 및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 몇 편을 사들일까?

'흥행(굳이 예를 들자면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다른 나라에서 이미 흥행성을 보장받은 영화들 등)'이 보장되는 영화들을 사들이는 것이 더 이득이 날 것이다. 이런 사고가 굳어지면, 우리 영화 한 편이 제작되기까지는 지금보다 더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어야 할 것이다.

영화인들은 영화만을 생각하고 전진해야 하지만 제작비를 구하는 것부터 영화관을 섭외하는 것까지 곁가지에 많은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또한 일본만화를 개방하면서 우리 만화시장이 급속하게 무너진 것을 상기한다면 이는 더욱 자명하다.

몇몇 장르와 스타에 의존한 한국영화, 과연 '발전'을 운운할 단계일까? 더욱이 한국영화가 현재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몇몇 장르에 국한되고, 몇몇 스타에 의존한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장르나 독립영화들은 몇몇 배급사나 영화관에 어필조차 하지 못하며 원천적으로 관객들에게 상영할 수 있는 기회조차 차단당하기까지 한다.

우리 영화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서고 한국 영화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몇몇 영화를 제외해보자. 아직 갈 길은 멀고도 험하며 몇몇 스타를 제외한 나머지 영화인들은 먹고살기도 힘들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가?

대형할인마트가 들어오면, 아무리 깨끗하고 인심좋은 구멍가게도 망한다. 경험담을 하나 이야기해보자. 우리 동네에는 구멍가게가 세 개 있었다. 우리 동네에는 10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구멍가게 세 개는 거의 비슷하게 30여 가구 정도의 고객을 확보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어귀에 대형할인마트가 들어왔다. 몇 달후, 구멍가게 세 개는 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 풍경은 현재 대형할인마트가 등장한 이후 대한민국의 여느 동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사례이다.  물론 소비자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좋은 사례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구멍가게 세 개의 실업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공급원이 세 개에서 하나로 줄어드는 독점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특히 대형할인마트는 원산, 유통, 판매 등의 모든 부분을 하나의 기업으로 잠식해가기에 이로 발생하는 문제는 상당하다. 더구나 영화는 그 나라의 문화이다. 할리우드는 우리 영화와 비교도 안되는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며, 전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다.

혹자들은 우리 영화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살아남아야 한다지만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공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이것은 동네어귀에 들어온 대형할인마트와 구멍가게와의 싸움을 부추기는 꼴이다. 어쩌다 급하면 구멍가게에 갈지는 몰라도 처음부터 대결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영화가 많이 발전했다고 말하지만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영화의 정체성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저마다 스크린쿼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영화는 그 나라의 문화를 대변한다'는 사실이다. 매년 문제되는 아이들의 만화영화 시청, 안방에서 방영되는 대부분의 만화영화는 일본만화영화인데 폭력적이고 자극적이라 아이들 정서에 큰 문제가 된다고 말한다. 또한 일본만화영화에서 나오는 캐릭터와 분위기 등은 아이들의 세계를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그나마 제작되어오던 영화가 얼만큼이나 제작될 수 있을까? <왕의 남자>의 이준기 같은 배우가 배출될 수 있었을까?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는 과연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스크린쿼터의 축소가 우리 영화의 공정한 경쟁과 발전을 기할 수 있다면, 20살의 건장한 청년과 5살 꼬마의 대결을 상상해보라. 공정한 경쟁과 발전, 말은 거창하지만 대결이 성립될 수 없는 조건이며 이는 모든 국민의 눈과 귀, 그리고 시선을 지배할 수 있는 문화코드임을 생각하길 바란다.

고두환  전문칼럼니스트/유뉴스(www.unews.co.kr)와 기사제휴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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