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YMCA가 의정부시사랑의쉼터, 의정부여성근로자복지센터와 함께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아동 성폭력에 대한 포럼을 8월12일 오후 2시 의정부어린이도서관 사이언스홀에서 개최했다. 이 포럼에서 발표된 토론자료 일부를 발췌한다.
아동 성폭행 실태와 제도적 대안
김영란(의정부시사랑의쉼터 소장)
의정부시 사랑의 쉼터는 2003년 12월 개소한 이래 2004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147명의 피해자가 입소하였다. 시설 개소 초기인 2004년에 가정폭력으로 25명이 시설을 이용한 것을 제외하면 122명(동반 모, 동반아동 14명 포함)의 성폭력 피해자가 입소한 것이다.
피해자의 입소시 연령을 살펴보면 미취학 3명, 초등학생 14명, 중학생 14명, 고등학생 20명, 성인 57명으로 성인 입소자의 비율이 50%를 넘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를 입은 최초의 시기를 살펴보면 108명 중 45.3%인 49명이 만 13세 이전에 피해를 입었다.
이중 초등학교 입학 전인 미취학 때 피해를 입은 경우는 12.9%인 14명이었고, 32.4%인 35명은 초등학교 때 피해를 입었다. 미취학 피해자 14명 중 단 1명을 제외하곤 모두 반복적인 피해를 입었다. 미취학 피해자의 피해 기간도 수회에 걸친 경우는 2~3명에 불과하였고 나머지 대부분은 수년에 걸쳐서 피해를 입는 양상을 보였다.
아동기 때의 성폭력 피해를 입힌 가해자가 모르는 사람인 경우에 반복적인 피해가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가해자가 피해자와 밀접한 주변 사람들-친부, 의조부, 의부, 오빠, 사촌오빠, 삼촌, 이웃집 사람 등의 경우엔 수년에 걸친 피해로 진행되었다. 만 13세 미만에 피해를 입은 49명 중 친족관계가 33명이었고,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11명,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피해를 입은 경우는 5명에 불과하였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아동이 피해를 입은 횟수는 1~10회다. 아동이 성폭력을 자신을 사랑해 주는 표현으로 받아들여 가해자를 지속적으로 만나 피해횟수가 10회에 이른 경우를 제외하곤 대체로 1회에 그친다. 그러나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거나 가정내에서 피해가 발생할 경우엔 수년에 걸쳐서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만 13세 미만 피해자 중 친부로부터 피해를 입은 경우는 17명이었다. 이중 7명은 친아버지 외에 오빠, 사촌오빠, 친아버지의 친구, 엄마의 애인 등에게 중복 피해를 입었다. 의붓아버지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9명이고 어떤 피해자는 4살 때 의붓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의붓아버지, 의붓오빠, 옆집 사람 등 중복피해를 입은 피해자도 있었다. 만 13세 미만 피해자 49명 중 가해자가 1명인 경우는 26명이었고, 23명은 가해자가 2명 이상이었다. 그중 가해자가 3명 이상인 피해자도 8명에 달했다.
시설 입소자 중 20세 이상 성인 시기에 피해를 입은 경우는 31명이었다. 성인의 경우 피해가 반복되는 경우는 6명에 불과하고 그것도 20대에 한정되어 있다. 성인이 되면 가정내에서 피해를 입는 경우도 드물다. 성폭력 후유증 또한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아동기부터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 비해 치유가 쉬워진다.
가장 가까운 친족에게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신뢰감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되며, 사랑에 대한 인지왜곡, 정서의 왜곡-분노, 적개심, 배신감, 두려움, 공포, 우울, 무기력, 정상적인 성 발달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1991년 김부남 사건, 1992년 김보은 사건, 2006년 용산 초등학생 살해사건, 2007년 안양 초등학생 납치 살해사건, 2008년 조두순 사건, 2010년 김길태와 김수철 사건 등 빙산의 일각 외에 수많은 아동 성폭행에 대한 근본적 대책과 근절이 요구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는 정부가 범정부?범사회적 차원의 성폭력 범죄 대응체제와 치안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앞으로 더 이상 국민 개개인의 자녀, 형제자매, 친구가 성폭력 범죄에 희생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감시자로서 동참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노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아동 성폭행을 방지하고 치유하기 위해서는 첫째, 성폭행에 대한 사회적인 계도가 필요하다. 성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이 사회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아름답고 건강한 성 문화를 언론매체나 사회교육을 통하여 조성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무엇보다도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 성폭력은 예방이 중요하며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해선 부모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예방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셋째, 아동 성폭력 사건 전담팀이 구성되어야 한다. 수사기관에서 원하는 진술의 일관성을 아동의 특성상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동 성폭력 사건 전문가가 피해 아동과 친밀도를 높인 뒤 아동의 진술, 그림, 행동 등을 분석하여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도록 증거를 수집하여야 한다.
넷째, 아동 성범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해자에 대한 치료감호, 소아기호증(小兒嗜好症) 병력(病歷)을 가진 사람에 대한 정보를 지역사회가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찰이나 보건소, 성폭력 예방기관에서는 병력(病歷)을 가진 사람을 특별히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친족 성폭행에 대해서는 우선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격리시키고 피해자가 분노와 고통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족 내에 피해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성폭행 재발을 막도록 한다. 아동 성폭행 피해자의 사회 복귀를 위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구조기금 등을 조성 지원하여야 한다.
여섯째, 치유후 사회복귀를 위한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강화되어야 한다. 특별히 친족에 의한 성폭행 피해자는 복귀할 가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회에 복귀하기까지 지속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기관이나 시설의 보완 확충이 필요하다.
 |
성폭력은 개인문제 아니다김현영(부모 대표)
아이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 지금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의 양상을 보면 두려움이 앞선다. 그리고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흉악한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를 보면 극형에라도 처해줬으면 하는 분노가 일기도 한다.
예전에는 성폭력이 ‘욕정을 못이겨’, ‘본능적인 성욕을 참지 못해서’ 등등 마치 가해자가 불가피하게 저지른 범행이라는 식의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검찰 공소장에도 그런 식으로 기술되기 일쑤였으나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바로 잡으려는 여성단체들의 노력과 한국여성민우회의 이의 제기로 공소장에서 그런 문구가 수정되어 지금은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로 잡히게 되었지만 그간 그런 잘못된 통념으로 인해 아동 성폭력 문제가 예외적 상황으로 인식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지난 15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개최한 ‘아동 성폭력 재범방지 정책과 인권’ 토론회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이임혜경 소장은 성폭력 가해자들의 범행 동기가 ‘순간적인 성욕’이라기보다는 ‘쉽게 제압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존재가 폭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굴복하는 것에 대한 쾌감’ 때문이며 ‘사회로부터의 소외와 상처, 증오 등의 감정을 자기 방어능력이 부족한 아동에게 분출하는 과정’이라고 정리하였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비율이 점차 높아가는 우리나라 현실은 이러한 견해가 상당히 일리 있음을 말해준다.
특히 아동에 대한 성폭력은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이 쉽게 그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기 방어능력이 부족할수록 범죄 대상이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이런 사실은 성폭력이 개인적인 범죄 행위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약자가 강자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 약자의 어려움은 약자 개인이 극복해야 하는 사회적 안전망 미비, 경쟁에서 뒤처지는 낙오자들에 대한 가혹한 시선 등등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가치관이 그대로 아동 성폭력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아동 성폭행범에 대한 연구자료를 보면 어린 시절 버림받았거나 학대받은 경험이 있다는 것이 공통인데 이렇듯 아동 성폭행범들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과정으로 그런 존재가 되는지에 대한 진지한 연구 없이 도덕 재무장이나 화학적 거세 등의 처벌 강화로는 사후 약방문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동 성폭행범이 생기는 데는 앞서 언급한 대로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존재하며 그 문제를 회피하면 아동 성폭행범은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고 그렇다면 피해 아동도 계속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성(타인의 몸)에 대해 존중하는 사회 문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아동 성폭행범 연구 결과에서 보여지듯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아동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한 데에 그 원인이 있다. 그렇기에 도덕적 구호나 사후 약방문 격인 처벌 강화만이 아니라 아동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전 사회적으로 구축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