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가 ‘낙하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현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양심적이고 선량한 학자 출신 민주당 안병용 시장이 이런 고질적 병폐를 척결하리라는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기대만큼 실망과 좌절도 클 수 밖에 없다.
안병용 시장은 지난 9월15일 노원문예회관장 출신 최진용씨를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임명한데 이어, 9월20일 민주당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 출신 윤상용씨를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윤상용씨와 최진용씨는 이미 시설관리공단 이사장과 예술의전당 사장 모집 공고 전부터 내정설이 나돈 인물들로, 최씨는 안병용 시장 선거캠프에서 추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안 시장과 윤씨, 최씨는 억울할 수도 있다. 자격기준과 능력이 충분한데도 이러저러한 인연으로 인해 그 자리에 임명될 수 없다는 것은 또다른 역차별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러나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고, 참외 밭에서 신발 끈 고치고, 배나무 밑에서 갓 고쳐 쓰는 모양새이다보니, 그들이 억울하다고 쉽게 해명될 일은 아니다.
과거 의정부는 김문원 전 시장의 ‘8년 집권’ 동안 사회 곳곳에서 낙하산 인사가 판을 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의 최측근인 원용목 보은인사 사건이다. 김 시장은 원용목씨를 문화원 사무국장으로 꽂았다가, 교묘한 편법을 동원하여 예술의전당에 의회 동의 없이 정년이 60세까지 보장되는 사무처장 자리를 위인설관식으로 만든 뒤 낙하산 인사를 했다.
이외에도 시설관리공단은 사실상 ‘특채 낙하산 천국’이 되어 의회에서도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하는 등 파문을 겪었으나 나아지지는 않고 있다. 시청이나 사업소에서도 특채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체육·문화·봉사단체 등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게 김 시장이 물을 흐렸으면, 후임자인 안 시장은 기강과 원칙을 바로 잡아 대청소를 비롯하여 사회의 표상이 되는 업적을 남겨야 할텐데, 들리는 소리는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비아냥 뿐이어서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안 시장은 계속해서 의정부가 낙하산 공화국이라는 오명에 휘둘리게 해서는 안된다. 김 시장의 전철을 밟아서는 더욱 안된다. 특히 ‘김문원 사람들’을 솎아내고 싶다면 명분과 원칙에 따르는 게 순리다. 물론 쓸만한 사람은 등용해야 한다. ‘김문원 사람들’ 일부가 과거에 눈꼴 사나운 일을 했고, 지금까지 호의호식하고 있더라도 명분과 원칙이 없다면 무리가 따른다. 그들 일부가 어떻게 그 자리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는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비아냥은 그래서 독이다.
더 이상의 자기식구 챙기기식 인사는 안된다. 기강이 무너진다. 낙하산 공화국을 해체할 수 없다. 안병용 시장은 지금부터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양심을 되살려 의정부를 바로 세우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