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원은 반발했다. 그는 한 고조 유방이 한신 같은 개국공신들을 제거한 것처럼 피의 숙청을 통해 왕실을 반석 위에 올려 놓아야 조선의 미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안을 나라로 만든 부친과 맞서야 했다. 태조 7년(1398년) 8월 이방원이 군사를 일으켜 세자 이방석과 이방번 그리고 배후의 정도전을 죽인 것은 사실상 부친을 공격한 것이었다.’(<조선 왕을 말하다>, 이덕일)
골육상쟁의 원인은 다양하다. 재산, 권력, 사랑, 이념 등의 이유로 혈족끼리 피를 토하고 목숨을 던진다. 골육상쟁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가깝게는 한국전쟁이 있고, 요즘에는 재벌가들의 ‘형제의 난’이 관심거리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족이 해체되는 이웃들도 부지기수다.
골육상쟁과 같은 배신·배반도 있다. 믿었던 조직,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거나 그들에게 버림받는다는 점에서 똑같다. 박정희의 고향(경북 선산) 후배이자 육사 동기(2기)인 심복 김재규가 총을 쏜 사건(10.26)은 12.12쿠데타, 5.18광주항쟁, 6월항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재벌사학의 황태자’ 강성종 국회의원(민주·의정부을)이 골육상쟁을 벌이고 있다. 신흥학원 교비 80억여원 횡령혐의 사건을 둘러싼 강 의원과 그의 처남을 보면 배신·배반이라는 말이 지워지지 않는다.
지난 9월7일 구속 기소된 강성종 의원과 이보다 앞서 구속됐다가 10월21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고 풀려난 강 의원 처남(신흥학원 박모 전 사무국장)의 법정싸움 때문이다.
박 전 사무국장은 재판에서 “학원 이사장인 강성종 의원의 지시에 따라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사용한 돈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의원은 지난 11월4일 첫 재판에서 “횡령하지 않았다. 학원의 사무국장이자 사무처장이던 박씨가 학교업무에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 때 처남과 매제로 끈끈하게 살았을 이들이 내밀하고 복잡한 가정사 밖으로 터져나온 교비 횡령혐의 때문에 서로의 죄를 키우고 남 탓을 하는 현실이 사건의 진실과 실체를 떠나 애처롭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