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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수2
  2010-11-15 11:15:19 입력

▲ 외과전문의
‘어느날 갑자기 명치부위가 체한 듯 살살 아파온다. 속이 울렁거리고 입맛도 없어진다. 이 증상이 지속되며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아픈 위치가 오른쪽 아래로 옮겨가는 듯하더니 급기야 오른쪽 아랫배가 몹시 아프고 그 곳이 울리면서 아픈 통에 걸음을 걷기도 힘들게 된다.’

전형적인 충수염 증상이다. 정상적인 충수의 위치는 배의 오른쪽 아래 부분이 맞다.(왼쪽에 위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따라서 충수에 염증이 생기면 그곳이 아픈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위의 예와 같이 충수염 초기에는 엉뚱하게도 배의 오른쪽 아래 부분은 멀쩡한 채 명치부위만 아프게 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장염 증상이 충수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가릴 것 없이 배 전체가 사르르 아프고 수시로 물과 같은 설사를 하게 되며 열이 나고 토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증상만 보고 장염이 아닌 충수염이라고 진단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도 덜도 말고 충수가 위치하고 있는 배의 오른쪽 아래 부위에만 통증이 있다면 의료인이 아니라 비의료인이라도 어느 정도 상식만 갖추고 있다면 충수염을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기한 바와 같이 초기에 명치부위 통증만 있는 경우이거나 장염과 유사한 증상만 있는 경우는 오진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그렇다고 모든 배 아픈 증상에 대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초음파나 CT 검사 등을 하자고 의사가 말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본의 아니게 ‘돈만 밝히는 의사’라는 딱지를 달 수도 있게 되니 바로 여기서 의사들의 고민이 시작되고 나아가 환자와의 갈등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충수염은 비교적 흔한 질병이 맞다. 하지만 충수염 진단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제 아무리 경험 많은 의사라도 쉽지만은 않은 경우도 많다. 이쯤되면 하찮아보이던 충수가 은근히 사람들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누가 보아도 오른쪽 아랫배가 아파서 충수염인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인데도 충수염이 아닌 경우도 있다. 충수염 증상으로 병원에 가면 초음파나 CT 검사를 하게 된다. 그 결과 의외로 충수염이 아닌 요로결석이나 장간막임파선염 등으로 판정되어 수술을 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충수염은 수술 외에는 치료방법이 없다. 수술로 떼어낸 충수의 내부를 살펴보면 좋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것이다. 고름, 대변, 각종 찌꺼기, 돌 등등.  온갖 잡동사니는 모두 그 안에 들어있는 듯하다. 따라서 이렇게 더러운 것을 만지작거리는 수술이다보니 다른 수술에 비해 충수염 수술이 수술 후 상처가 덧날 가능성이 많다.

수술 자체는 잘 마무리 되었어도 상처가 덧나서 사람들을 고생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니 충수는 이래저래 애물단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고개를 든다. 분명한 것은 통증이 명치부위에서 점차 우측 아랫부위로 옮겨 갈 경우 지체하지 말고 병원으로 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

충수는 세속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에게 쓸모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현재까지는 애물단지 충수를 변호해 줄만한 근거가 없어 보인다고 전편에 기술한 바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자그마치 약 2400년 전 중국의 장자는 다음과 같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말로 충수를 변호해 주었다. 뒤늦게 이를 깨닫고 보니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그러한 이치를 알게 되니 세상이 새삼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쓸모 없음을 알아야 쓸모 있음을 말할 수 있다. 땅은 한없이 넓지만 사람에게 쓸모 있는 땅은 발이 닿는 만큼뿐이다. 그렇다고 발이 닿는 부분만 남겨 놓고 그 둘레를 모두 다 파 없애면 과연 네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작은 땅에 서있을 수 있겠는가? 너에게 정작 필요한 땅, 너를 떠받쳐주고 있는 땅은 바로 네가 쓸모없다고 여기는 나머지 부분이다.

2010-12-31 09:13:24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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