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의장 체제의 양주시의회가 최근 현삼식 시장 체제의 양주시에 무릎을 꿇는 모양새로 나오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감시와 비판, 대안제시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은 물론 상식수준의 판단력을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양주시민 모두의 불행을 자초하는 대단히 위험한 짓이다.
양주시의회는 지난 11월9일 의원간담회에서 양주시가 제출한 ‘회천 복합체육센터 건립계획에 따른 공유재산취득안’을 통과시켰다. 회천 복합체육센터 건립계획이란, 회천3동 주민센터 옆 개인 땅(체육용지 3천1㎡, 908평)을 매입하여 탁구장과 골프연습장, 헬스장과 에어로빅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민간영업장과도 마찰이 예상되는 이 계획을 위해 양주시는 총 154억1천600만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 땅은 지난 2006년 개인이 27억원에 낙찰 받은 곳으로, 현재 8억원이 넘는 가압류가 걸려 있는 부실 부동산이다. 이처럼 특혜논란이 불거지는 계획을 양주시의회는 지난 10월20일 여러 가지 이유로 반려했으나, 양주시가 똑같은 내용으로 안건을 재상정하자 백기투항하고 이를 찬성하고 말았다.
특히 이 땅에서 2분내 거리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의 학교용지(1만4천26㎡, 4천243평)는 가격이 5분의 1 가량 밖에 안되고, 주민 접근성도 좋아 활용성이 뛰어난데도 매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는 것은 밥먹는 것보다 쉬울텐데, 참으로 한심하고 몰상식한 일이다.
일부 의원들의 해명도 가관이다. 땅 매입에 2011년 새해 예산에는 한푼도 반영될 수 없는 상황으로, 2012년이 되어야 국도비를 함께 받아 추진할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 지켜볼 일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해당 지역 의원이 강력하게 땅 매입을 요구하고 있으니 향후 자기 지역 사업을 위해서라도 동료 의원의 발목을 잡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한번 결정되면 되돌리기 힘든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니 괜찮다’는 발상이나, 차기 선거를 위해 동료 의원과 손잡겠다는 ‘뒷골목 의리’는 상당히 정략적이다. 정도를 벗어나는 폭탄 같이 위험천만한 양주시의 특혜매입을 모른척 하겠다면 이는 시민의 혈세낭비를 막아야 할 의회가 오히려 허드렛물 쓰듯 혈세를 뿌리게 하는 근원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의회는 특히 양주시가 지난 6월 168억원을 들여 은현 봉암리에 준공했다가 개장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스포츠센터를 방치하는 것도 답답한 노릇인데, 회천3동에 헬스장을 짓겠다며 154억원을 또 쏟아붓겠다는 게 정상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양주시 재정상태가 그리도 튼튼하고 세입이 풍부하여 돈 쓸 걱정이 없는지도 상식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바뀐 것 없는 내용의 양주시 계획을 반려했다가 명분도 없이 찬성하는 것은 결국 허수아비 의회, 유령 의회, 거수기 의회, 폼잡기 의회라는 비난의 화살로 되돌아온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차라리 서서 죽겠다는 각오로 양주시의회는 양주시의 특혜행정을 정식 본회의에서라도 바로잡는 게 옳다. 상식을 가진 말없는 다수의 시민들이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