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광명, 안산, 의정부지역의
고교평준화 실시를 위한 교육과학기술부령을
즉각 개정하라!
경기도교육청은 10여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된 지역주민의 민원에 근거하여 2009년 5월에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후 경기도 내 광명, 안산, 의정부지역에 고교 평준화를 실시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평준화 정책효과 분석, 평준화 도입 타당성연구, 여론조사, 공청회, 정책검토, 해당 지역 자문위원회 보고,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보고 등의 절차를 거쳐 세 지역을 고교평준화 지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1년6개월 동안 진행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근거에 기초하여, 경기도교육청은 2010년 10월14일에 2012년부터 광명, 안산, 의정부지역에서 고교평준화를 실시하겠다는 발표를 하게 되었다. 이어 행정 절차상 필요한 관계 법령(교육감이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규칙, 교육과학기술부령 제900호, 제2조 8호)에 대한 개정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신청하였다.
그러나 교과부는 평준화 반대 여론에 대한 대응책 등에 대해 두 차례 보완을 요청하면서 해당 교과부령 개정을 위한 절차를 지연시키다가 급기야는 경기도교육청이 신청한 교육부령 개정을 유보하겠다는 의도를 일부 언론을 통해 유출한 후 여론의 향배를 주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에 따르면 교과부는 ▲교육 다양성에 대한 역행 및 학부모 선택권 제한 ▲우수교 부재로 인한 지역 인재 유출 및 타 지역 우수지역 입학을 위한 사교육비 증가 등을 이유로 들어 세 지역의 고교평준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그간 교육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교육의 모든 문제점이 고교평준화 정책 때문에 비롯된 양 국민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교육 다양성에 대한 역행 및 학부모 선택권 제한에 대하여
교과부에 되묻고 싶다. 진정 이 나라에는 교육의 다양성이 존재하는가? 외고, 과학고, 자립형사립고,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등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교육을 추구하고 있는가? 교과부 정책 결정자들은 진정 비평준화 지역에서 고등학교는 해당 학교만의 특성을 유지한 채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행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인가? 몇몇 특수목적고(조리고, 디지털미디어고 등)를 제외하고 이 땅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오직 대학입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을 뿐 교육의 다양성에 대해 고민조차 할 수 없는 교육 환경임을, 대한민국 국민이면 다 아는 이 사실을 교과부 정책 결정자들만이 모르고 있는 것인지, 언필칭 이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그분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 진정 이 정도인지 묻고 싶다.
더 나아가 이 땅 비평준화 지역에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진정 자신의 고교선택권을 향유하고 있는가 또 묻고 싶다. 서울지역에 고교 선택제에 있어서는 그나마 자신들의 선택권이 어느 정도는 보장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50%는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비평준화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들의 선택권은 어떤가? 각 지역에 소위 일류고등학교로 지칭되는 학교를 선택하는 일부의 학생들을 제외하고 대체 누가 고교선택권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선지원 후추첨 방식에 의해 적어도 50% 이상의 학생들이 실질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이 더 바람직한 선택권인가, 아니면 자신의 성적에 맞춰 서열화된 고등학교 어느 한곳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선택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선택권인가?
▲우수교 부재로 인한 지역 인재 유출 및 타 지역 우수지역 입학을 위한 사교육비 증가에 대하여
지금도 수많은 지역의 인재들이 더 우수한 학교, 대학입시에 보다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학교로 향하고 있다. 지역 우수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학교에 가지 못한 학생들이 가는 곳이다. 이미 갈 수 있는 성적과 경제력을 갖춘 인재들이 다 빠져나가고 있는데 평준화가 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는 상황이다.
비평준화 지역에서 오히려 주변의 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지역의 인재들을 빼앗아 오고 있는 현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가? 그들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생활권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외부지역 고교로 입학해야 하는 학생들의 아픔은 무시해도 좋은 것인가?
타 지역 우수지역 입학을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 사교육비가 증가한다? 광명, 안산, 의정부지역에서 타 지역 우수지역이라 함은 어디를 말하는 것인가? 아마도 서울 지역을 말하는 것 같은데, 서울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인가? 지금까지는 비평준화였기에 해당 지역 고교에 입학했던 것을 평준화가 되면 평준화 지역인 서울로 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교과부는 오직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교육적 상황을 만들어놓고, 대학입시에 맞춰 모든 교육과정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래서 수많은 교육적으로 유의미한 교육과정이 살아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평준화 때문에 고등학교 교육이 다양성을 잃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더 높은 수준의 학교를 갈 수 있는 성적을 지닌 학생들이, 그들끼리 모여 있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박탈당했다고 궁색한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의 눈에는 지역 인재가 유출되는 것은 보이고(지역 인재가 유출되면 그 학생들이 대한민국에 있지 다른 나라로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지역의 평범한 학생들이 성적에 밀려 다른 지역 고교에 입학하는 것은 보지 않고 있다.
교과부는 더 이상 아전인수격의 국민을 현혹하는 말로 세 지역의 평준화에 대해 호도하지 말라. 진정 이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자 하는 의사가 있다면, 단 몇 점의 점수로 한 사람의 인생을 낙인찍는 비평준화 제도의 문제점에 눈을 돌렸으면 좋겠다. 이 땅의 수많은 학생들은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인재 양성 시스템 속에서 숨막혀 하고, 끝내는 자신의 목숨마저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 땅 대한민국이다.
이미 특별한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표방하는 교육기관들은 차고 넘친다. 특별한 인재는 못 되더라도 이 땅의 자랑스러운 국민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자 소망하는 많은 학생들의 소원에 귀를 기울여 달라. 경기도 내 세 지역 학생들의 소망의 소리는 ‘고교평준화’라는 것을 잊지 말고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세 지역이 평준화되는 그날까지 세 지역 학생들의 소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천명한다.
2011. 01. 12.
경기고교평준화시민연대(공동대표 김성현, 김시경, 김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