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시 신시가지 공원. 정자 그늘이 드리워진 바닥에 앉아서 게이트볼 경기를 흐뭇이 지켜보는 조봉옥 할머니가 지나가는 기자에게 말을 건넨다.
“저게 탁구치는 거지?”
뙤양볕 아래에서 스쳐가는 말 벗도 시원한 바람처럼 반가울 터.
“할머니, 왜 바닥에 앉아계세요?”
“응~건강삼아 슬슬 걸어다니다가 앉아서 쉬었다가 하는 거지 머. 이렇게 앉아서 몸을 치면 건강에 좋대. 공원에 아이들 데리고 놀러온 엄마들이 가끔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주며 말벗도 돼주고.”
‘친다’고는 하지만 손과 발을 살짝 토닥이는 정도다.
80세가 넘었다며 얼굴을 붉히는 조봉옥 할머니는 충청도가 고향이다. 고향에서 배농사도 짓고 콩이며 팥이며 밭농사로 하루를 보냈다는 할머니의 얼굴에서 ‘고향의 따스한 어머니’의 향취가 느껴진다.
지난해 동두천에 살고 있는 딸네 집으로 온 할머니. 젊었을 땐 밭에서 하루를 보냈지만 지금은 경로당에서, 공원에서 하루를 보낸다.
“경로당? 매 할머니들밖에 없어. 그래도 경로당 가서 할매들과 옛날 사는 얘기 하는 게 제일 재밌어.”
“그럼 할머니 경로당에서 선풍기 쐬면서 얘기 나누시지 더운데 왜…”
“응~고스톱 칠 때면 이렇게 나와.”
젊었을 때부터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대도 배우지 않았던 게 고스톱이다. 조봉옥 할머니에게 고스톱은 어쨌거나 노름으로 밖에 안보이나 보다.
“좋은 세상이야 그치? 우리 땐 새벽녘부터 해질녘까지 일하기도 바빴는데, 이제는 저런 것도 하고.”
고향인 충청도에는 친척도 친구도 많지만 변경된 길이며 지하철 노선이며 혼자서 찾아갈 엄두가 안선다. 이제는 동두천에서 만난 사람들이 말벗이며 평생 친구가 된다.
“아이고, 처자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네. 더운데 같이 얘기해주고 고마워. 참! 결혼은 꼭 좋은 남자랑 해야 해. 술 많이 먹는 남자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