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과의 피곤을 사람들은 한잔 술에 털어버린다. 그러나 운전감각까지 같이 씻겨져 나간다는 것이 문제다. 시가지에 어둠이 깔리면 술 먹고 차 핸들 잡는 ‘사회적 만행’을 막기 위해, 그리고 수입을 벌기 위해 대리운전기사들이 출동한다.
동두천 양주종합축산에서 착유시설 설치기사로 근무하는 오선석(32)씨. 그러나 그의 밤의 모습은 대리운전기사다. 대리운전이 끝나는 시간은 새벽 2~3시. 회사 아침 출근은 8시30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해서 독립할 때 부모님에게 손 안 벌리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 독립자금 30% 정도를 모았어요.”
결혼할 여자친구는 피곤하니까 하지 말라고 걱정하지만 그만 둘 생각은 없다. 대리운전을 한다고 해서 착유시설을 설치하는 자신의 일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농촌이 고향인 그에게는 그가 설치한 착유시설이 소들에게 우유를 짜낼 때 뭔가 해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자부심이다.
“대리운전하다 보면 여러 사람 만나는데 사람 상대가 가장 힘들어요. 술 취한 사람이 반말하면서 사람 무시하는 경우는 속상합니다. 하지만 기분 좋을 때도 있어요. 팁을 주시거나 격려를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결혼하면 대리운전은 그만두겠지만 지금 두 가지 일을 함께 해나가야 하는 현실은 벅차다. 하지만 마음속 미래의 꿈이 그를 지탱시켜준다.
“여자친구랑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게 저의 미래입니다. 단 여자친구에게 잘 대해줘야 하는데 일이 힘들어서인지 자꾸 싸우게 되어 미안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장모님 심장 안 좋은 것도 걱정이에요.”
늦은 밤 12시. 신문을 통해 미래의 배우자에게 마음을 전한다.
“효선이, 나지(애완견 이름)엄마,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