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영
아침은 힘들었던 사춘기의 좋은 친구였다.
아침 특유의 차가운 공기는 싱그런 내음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나를 긴장시키고 독려해주었다.
뒤로 걸음질치고 싶어한 나에게 힘이 되었다.
이른 아침에는 사람들이 유난스레 바쁘다.
그 속에 아침의 고요가 묵묵히 자리하고 있다.
그 고요는 나를 편안히 감싸주었다.
아직은 아무도 교실에 들어서지 않았다.
내가 제1착이다. 학교 옆 작은 개천둑에는 들풀이 무성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시간을 내어서 들풀을 보러 갔다.
아침에도 종종 갔다.
젖은 풀잎은 아침의 향기를 가지고 있다.
들풀은 여러 가지였다.
각양각색의 풀잎이 어찌나 많던지…
풀잎을 따고 들꽃을 따서 책갈피에 넣어 말렸다.
그때는 들꽃보다는 풀잎이 먼저 보였다.
들꽃을 보게 된 것은 한참이나 지나서다.
친구의 긴 편지에 나는 짧은 글과 함께 말린 풀잎과 꽃잎을 넣어 보냈다.
마른 풀잎이 부서질까봐 조심조심…
학교가 달라 거의 얼굴은 보지 못하고 편지만 주고 받았다.
친구의 편지는 큰 위안이었다.
그 친구에게 답장을 쓴 곳도 이른 아침 제1착으로 간 빈교실에서다.
요즘은 올빼미가 되었다.
가까스로 일어나 부엌 베란다로 달려간다.
창문을 열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내 시야는 온통 나무들로 채워진다.
숲이 꽤나 넓직하다.
안개로 나무가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아이구! 명래, 학교 늦겠다.” 큰아이를 거실로 데려오면 다시 쇼파에 웅크려눕는다.
춥다고 투정하는 아이를 이불로 덮어주고는 부리나케 거실 커텐을 걷어 올린다.
잠이 덜 깬 큰아이의 손을 이끌고 “명래야, 저 안개 좀 봐!” 하지만 별 반응이 없다.
아이도 모르게 서서히 물들어갈 것이다.
안개가 산허리에 걸쳐 있다.
순간 정지된 화면이 된다.
큰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작은아이를 유치원에 보낸다.
바쁜 아침이다.
그러다 가끔씩 그 아침이 가슴 저 한켠에서 살아난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원했던 그 친구에게 전화라도 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