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뭐지?” 어느 날 교장실 앞을 지나던 학생들과 교사들은 교장실 앞에 놓인 빨간 우체통과 편지지를 보고 호기심을 가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교사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교장실 옆 복도에 서서 편지지에 무엇인가를 쓰고 우체통 안으로 편지지를 집어넣었다. ‘교장 선생님, 이렇게 우리들을 사랑으로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내 교장실 앞 거울엔 여러 장의 포스트 잇 종이들이 길게 붙여지기 시작했다. ‘그래, 교장선생님도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경기도 연천군 초성초등학교(교장 이혜숙)에서는 요즘 한창 교장 선생님과 학생들이 매일 편지를 이용해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다. 그 내용도 처음에는 단순이 안부를 묻고, 인사치례에 지나지 않던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학생들은 학교 현장에서 자신들이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또 학교 교육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적어 넣으며 교장선생님께 자신들의 생각을 편지로 말하게 되면서 실질적으로 학교 교육에 참여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초성초등학교 이혜숙 교장선생님께서는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씀하시면서 매일같이 수많은 아이들의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써 주신다. 애국조회 등을 이용하시어 전교생이 알아두었으면 하는 학생들의 원하는 점 등을 이야기 해주시며 최대한 교육과정에 반영하려고 노력하시고, ‘현장 학습을 매일 가게 해주세요.’, ‘체육 시간을 매일 2시간씩 해주세요.’ 등의 그냥 웃고 넘길 내용도 아이들이 수긍할 수 있는 설명을 해 주시려 노력하신다.

그동안 ‘교장선생님’이라고 하면 떠오르던 이미지 때문에 교장선생님을 어려워하던 아이들의 반응은 뜨겁다. 6학년 이가영 학생은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신이 나요, 그래서 매일 교장실 앞을 지날 때마다 답장이 있는지 확인해 봐요.’라고 이야기를 하였고, 3학년 도지은 학생은 교장 선생님의 답장을 들고는 ‘오늘 이 내용으로 꼭 일기 쓸 거에요! 교장선생님, 감사합니다.’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학교 교육에 대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통해 전부는 아니지만 조금씩 학교가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속에 무엇인가 느끼는 것이 분명히 있어 보였다.

아이들은 교육의 주체이며, 학교의 주인이다. 꼭 교장선생님에게가 아니더라도 ‘사랑의 편지’를 통해 학교에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단순히 방법론적인 이야기를 떠나서 학교라는 공간이 아이들에게 친숙한 공간, 더 나아가 교장 선생님 이하 모든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가까워진다면 우리들이 진정 원하는 ‘교육공동체’가 실현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