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양주참교육학부모회 회원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작년 이맘 때는 아이를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아이가 커서 벌써 학교에 가는구나’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이 어린 것이 학교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아이가 학교에 간다는 데 내가 학교에 입학하는 것처럼 설레이기도 하였다.
입학하고, 소풍가고, 여름방학 지나고 나니 벌써 2학기 겨울방학을 눈앞에 두고 있다. 눈 깜짝할 새 가버린 1학년 생활을 돌이켜 보면 맘과 뜻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공교육에 아이를 보내면서 공부에 찌들어 사는 아이는 절대 만들지 않겠다 스스로 다짐하기도 했건만 어느새 나는 아이에게 문제집을 풀리고 있는 학부모가 돼 있었다. 초등1학년에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치를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고, 있다 하여도 성적이 뭐 그리 대수겠는가 생각했었지만 막상 나에게 닥치고 보니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아이에게 문제집을 풀리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 대한 첫 번째 충격은 입학한 다음날부터 알림장을 아이가 직접 써서 들고 오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는 겨우 한글을 읽을 정도였는데 첫날부터 칠판에 적힌 내용을 알림장에 옮겨 적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매번 알림장에 적는 것이 제일 꼴찌로 쓰게 되고 그래서 제일 늦게 집에 돌아가게 되니 아이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학교에 보내기 전까지 글씨는 때가 되면 스스로 깨우칠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생각이 아이를 한달 내내 힘들게 했고 지금까지도 쓰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했다.
물론 다른 아이들이 7살 내내 해야 했던 한글공부를 한두달만에 깨우친 것은 어찌보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이가 그 기간만큼 힘들어 했던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반 선생님께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아직 글씨를 모르는 아이도 더러 있을 터인데 처음 몇주 정도는 프린트물로 알림장을 대신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학교 소풍도 나에겐 충격이었다. 요즘 아이들 소풍은 무슨무슨 놀이동산이나 민속촌 뭐 이런 곳으로 간다고 한다. 소풍도 아니고 현장학습이라고 하기도 하던데 초등생 아이들이 놀이동산에 가서 무슨 체험학습을 할까? 의아스럽다. 길게 줄서서 놀이기구 몇 개 타고 도시락 까먹고 오는 정도다. 멀기는 또 왜 그렇게 먼지 차를 대절해서 가야하니 아이들 모두에게 멀미약을 권한다. 나 어렸을 때는 1시간쯤 걸어서 가야했고, 가면서 온갖 노래를 부르고 말놀이 등을 했던 것 같다. 소풍가면 꼭 빠지지 않는 보물찾기도 있었고 손수건 돌리기도 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아이들은 각자 취향대로 놀이기구를 타거나 죽 줄서서 돌아보고 오는 정도니 아이들 사이에 소풍에 관한 특별한 기억이 있을까 싶다. 선생님들께서는 안전을 이유로 드시기도 하고 요즘 아이들은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다고 얘기하시기도 하는데 프로그램은 짜기 나름 아닐까?
아직도 아이와 나는 학교 적응기에 있다. 아이는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불협화음을 극복하는 중이고 나는 학교의 권위에 대하여, 학교의 제도에 대하여 끊임없이 적응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