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의 시작은 집 수리=집 열쇠가 삐걱거린다. 문짝이 덜덜거린다. 콘크리트 벽에 액자를 걸어야 한다. 살다보면 수시로 닥치는 이런 일들. 수리업체를 부르자니 돈이 아깝고, 남편은 바쁘다며 말로만 해줄께 땜질하고, 주위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자니 차일피일. 항상 이런 꼴이다. 결국 용감한 주부들은 망치를 들고 일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망치를 들다 말고, 한숨만 내쉰다. 반쪽이 말하기를, “집이란 원래 부서지게 되어 있는 법”이란다.
얼마 전 저명한 의사 한 분이 반쪽이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못을 어찌 박느냐?” 공방으로 오시라 한 반쪽이는 그 의사에게 콘크리트에 못박는 실습을 시켰다. 약간의 조언으로 쉽게 쑥쑥. 그 의사가 말하기를, “생전 처음 벽에다 못을 박아보았다.”
콘크리트에 못박는 소리는 ‘꽝꽝’이 아니라 ‘쑥쑥’이다. 못 박는 소리가 꽝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즉시 공방으로 달려가 생활목공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에서 남자들은 천덕꾸러기가 된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는 노년에는 이혼 후보자가 아닐까.
110% 가정살림의 지름길=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는 아파트에 왜 목공이 필요하지? 필요한 물건은 시장에 가서 사면 되고, 큰 일이면 목공소를 부르면 되는데…. 문제는 시장에 가도 집에 알맞는 물건이 잘 없거나 비싸다는 것. 목공소 노임은 갈수록 올라간다는 것. 집집마다 필요한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90%의 상품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가구에다 집을 맞추어 산다면. 그러나 100%의 제품으로 사는 법, 집에다 가구를 맞추는 방법이 바로 뚝딱뚝딱 DIY이다. 마지막 10%는 소비자가 직접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뚝딱뚝딱 DIY로 집에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다 보면 안성맞춤이라는 100% 만족에다가 저렴한 비용, 자녀 교육효과와 가족간의 애정이라는 10% 이상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110% 가정살림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뚝딱뚝딱 DIY. 그 지름길이 바로 생활목공이다.
생활목공은 손쉽다. 여자들도 어린이들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럴 수 있는 편리한 도구들을 남자들이 사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동도구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활목공을 남자들이 어찌할 줄을 모른다면….
생활목공 기초를 배우다 보면=재미가 슬슬 붙기 시작한다. 편리한 CD장을 만들어 주었더니, 기뻐하는 아내를 보고. 바퀴달린 TV 받침대를 만들었더니, 친구들의 은근한 부러움을 사고. 일요일 날 망치를 들고 슬슬 움직였더니, 신기한 눈매로 쫄쫄 따라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재미가 슬슬 붙으면 평생의 좋은 취미거리(일놀이)가 된다. 일삼아 놀이 삼아 망치를 들고 이것저것 뚝딱거리기 시작하면.
왜 초등학교에서는 못박기 실습을 하지 않는 것일까. 왜 경로당에서는 다른 것은 가르치면서 뚝딱뚝딱 생활목공은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왜 장애인들에게 손으로 깨닫게 하지 않고, 머리에만 집어넣으려 하는 걸까. 왜 우리 교육에는, 취미에는, 가정에는, 직장에서는, 뚝딱거리는 생활이 빠져 있을까.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너무 바쁘게만 살아온 우리네 살림살이가 후진국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고소득자인 슬로비(slobbie, 조금 느리지만 질높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들에게는 미래형 전문가인 매니아들에게는 생활목공이 기본 필수교양이다. 생활목공은 살아가는 방법을 바꾸어 준다.
“한번 만들면 평생가도록 튼튼하게, 좁은 공간을 위해 기능성 있게, 만화처럼 재미있게”라는 반쪽이의 생활목공 원칙처럼 새로운 살림살이 도구, 방법, 정보, 철학들이 하나하나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채워 나가기 시작한다. 뚝딱뚝딱 DIY는 결국 행복을 만들어 내는 지름길인 셈이다.
생활목공은 일거오득이다. “생활비 절약, 재충전(re-fresh), smart home. 평생 취미. ‘조금 느림’의 행복감.” 조금만 배우면 5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김연인/반쪽이 공방장(858-8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