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은 장구하다. 하늘과 땅은 세상 만물이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줄 뿐, 만물을 키운 공은 과시하지 않는다. 하늘과 땅이 가장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는 이유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천장지구(天長地久) 기부자생(基不自生) 고능장생(故能長生)’이라고 했다.
<3분 고전>이라는 책에서 포스코 전략대학 박재희 교수는 “내가 남보다 낫고 그들을 다스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억지로 지도하려 할 때 오히려 그 자리를 보존하지 못하게 된다는 역설적인 철학”이라고 풀이했다. 억지로 간섭하지 않기에 오히려 장구할 수 있고, 군림하려 하지 않기에 위에 있을 수 있다. 뒤로 가는 것이 앞으로 가는 것이며, 섬기는 사람이 오래 산다는 게 노자의 ‘천장지구’라는 것이다.
진퇴유절(進退有節)도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겠다. 나아가고 물러남에 절도가 있어야 한다.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그릇에 비해 너무 높은 자리에 오르려 하거나 너무 큰 일을 도모하려 하면 반드시 큰 화를 입을 것이라는 말이다. <주역>에 ‘덕미이위존(德微而位尊) 지소이모대(智小而謀大) 무화자선의(無禍者鮮矣)’가 나온다. ‘인격은 없는데 지위는 높고, 지혜는 작은데 꿈이 너무 크면 화를 입지 않는 자 드물다’는 뜻이다.
이런 저런 선거 때만 되면 출세해보려는 정치인들이 우리 지역에는 얼마든지 있다. 때를 잘 만나 당선되고 이름을 알린 정치인들도 부지기수다. 선거가 끝나고 세월이 지나 존재 자체가 구름처럼 흘러가고 먼지처럼 사라지는 인물들은 또 얼마인가.
그런데 막상 뒤로 물러설 줄 아는 정치인, 마음을 비우는 정치인, 덕(德)의 리더십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정치인은 드물다. 오로지 본인만이 우리 지역의 최고 정치지도자라는 아집으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믿음과 섬김의 정치를 멀리한다. 인(人)의 장막에 가려 스스로가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고 착각한다. 벌거숭이 임금님이다. 그러다보니 인재 키우기를 게을리한다.
<도덕경>을 다시 들춰보자. ‘태상하지유지(太上下知有之) 기차친이예지(其次親而譽之) 기차외지(其次畏之) 기차모지(其次侮之)’, ‘최고의 지도자는 있다는 존재만 느끼게 한다. 그 다음은 친절하여 칭찬받는 지도자다. 그 다음은 그 앞에 서면 두렵게 만드는 지도자다. 그 다음은 뒤돌아서서 욕하는 지도자다.’ 6.2지방선거는 1년이 지났고,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는 10개월 앞으로 닥쳤다. 우리 지역에서 지도자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은 이 네가지 부류 중 어디에 속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