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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우/미디어오늘 전문위원 |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그악스럽고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일본이 줄기차게, 더욱 강도 높게 독도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역사적 배경을 살피면 미국이 배후 공범세력으로 드러난다. 일본과 미국의 독도에 대한 공범행위는 20세기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은 널리 알려진 가쓰라·태프트 협정이다.
가쓰라·태프트 협정은 1905년 7월 미국 전쟁장관 윌리암 하워드 태프트와 일본 수상 가쓰라 타로간에 맺어진 비밀협정으로,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미국이 인정하고 일본은 미국의 동남아침략 등을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이 협정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지만 20세기초 제국주의 침략에 혈안이 된 미국과 일본이 침략지역을 놓고 흥정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부인키 어렵다. 미국이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당시 어떤 형식으로든 인정했다는 정황이 여러 군데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첫째, 2차 세계대전에서 항복한 일본과 연합국이 1951년 9월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내용에서 일본이 권리를 포기해야할 한반도 소속의 섬으로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를 명시했지만 독도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런 결정은 미국이 동의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었다.
둘째, 미 연방정부 기관인 지명위원회(BGN)는 1977년부터 독도를 ‘리앙쿠르 암’이라는 지명으로 사용해 오고 있으며, 국무부 등 주요 행정부처의 홈페이지 지도에도 리앙쿠르 암으로 여전히 표기되어 있다. 독도가 리앙쿠르 암이라고 불려진 것은 1849년 프랑스 선박 리앙쿠르호가 독도를 발견하고 그 배의 이름을 따서 리앙쿠르,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로 불리게 된 것에 연유한다.
독도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이런 표기는 서양 제국주의적 시각에 의해 이뤄진 무지하고 침략적인 행태의 상징이다. 미국이 오늘날 독도를 리앙쿠르 암이라고 부르는 것은 미국 자신의 역사적 범죄행각을 어쩌지 못하면서 결국 한국의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조차 인정치 않는 파렴치한 행위다.
셋째, 미국은 그 출생역사가 짧은 신생국가로, 독립 후의 외교 등을 엄격히 준수한다. 외교 형태가 비밀협약이든, 공식적인 외교적 합의든 간에 자국의 이익에 관련된 사항이면 철저히 준수한다. 이는 미국 국무부가 지난 8월2일 한일 양국의 독도 영유권 갈등과 관련해 내놓은 브리핑에서 그대로 드러나 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독도 문제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독도를 ‘리앙쿠르 암’으로 언급하면서 “두 나라가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상호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양국이) 자제력을 갖고 다뤄온 문제이며, 우리는 이런 자제가 계속 이뤄지길 기대한다. 리앙쿠르 암의 주권에 대해서 우리는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의 이런 언급에서 독도에 얽힌 미국과 일본의 역사적 공범 관계가 짙게 함축되어 있다.
일본의 독도 망발이 북한 핵문제에 대응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강화 분위기 속에 이뤄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본은 동북아 군사적 긴장상태를 이용해 자국의 역사적 범죄조차 자국 이익으로 챙기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미국은 그에 대해 겉으로 중립적인 태도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꼴이다.
일본은 올 들어 연이어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그 수위를 높이는 형식으로 자행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3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중학교 사회교과서를 검증하고, 지난 4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외교 청서를 발간했다. 이어 지난 7월 일본외무성의 대한항공 이용금지 조치, 8월1일 자민당 의원 3명 한국 정부의 입국금지 조치를 무시한 김포공항 9시간 농성, 2일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방위백서 발표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일본이 20세기초와 2차 대전의 범죄행각을 인정치 않는 오늘날의 모습은 미래에 기회만 있으면 또다시 제국주의 침략성을 노골화하겠다는 위험신호다. 일본 정부와 집권여당, 야당 의원들과 극우파 학자들이 총동원되어 지난 수개월 전부터 독도에 대해 벌이는 일련의 작태는 제2의 한반도 침략이다. 그것은 총만 들지 않은 야만적 침략행위다. 일본의 추악한 행태가 연출되는 배경에는 독도에 얽힌 미국과 일본의 공동범죄행각, 이명박 정권이 최근까지 고집한 독도 관련 ‘조용한 대일외교’가 있다. 이런 점을 인식한다면 독도 문제의 해법은 자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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