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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민/외과전문의 |
이 세상 질병은 대체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으로 보인다. 암과 같이 당장 수명을 단축시킬만한 심각한 질병과 생명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은근히 사람을 괴롭히는 귀찮은 병 두 가지로. 이들 중 심각하기보다는 귀찮은 것에 가까운 질병 중 대표적인 것이 있으니 바로 우리의 피부에서 발생하는 표피낭종이다.
표피낭종은 피부에서 생겨나는 일종의 혹이다. 피부에서 불룩하게 솟은 원형의 형태로 만지면 잘 움직여지며, 많은 경우 혹의 중심부에 구멍이 나 있으며 혹을 압박하면 이 구멍을 통해 악취가 나는 흰색 여드름의 분비물과 유사한 물질이 나오게 된다.
염증이 없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혹이 있는 것 외에는 특이증상이 없지만 이것에 세균이 침투하여 염증이 발생되면 벌겋게 부어오르며 아프게 되고 결국 종기처럼 고름이 생겨나기도 한다.
이러한 표피낭종은 몸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며 주로 얼굴, 목, 몸통 부위 등에 특히 더 잘 발생한다. 일부에서는 표피낭종에서 피부암이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기는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물고 악성도가 낮아 전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피부는 제일 바깥쪽의 비교적 단단한 표피와 그 아래 상대적으로 연한 진피로 구성되어 있는데 경우에 따라 바깥쪽 표피가 안쪽 진피로 말려들어가 내부로 자라게 되면 이러한 표피낭종이 생기게 된다. 표피에는 다양한 피지샘에서 분비하는 피지가 나오는 모공이 존재하는데 표피가 내부로 자람에 따라 이러한 모공도 내부를 향하게 되어 피지가 내부로 분비되고 이러한 피지가 쌓이고 농축됨에 따라 악취를 동반하는 치즈 모양의 내용물을 형성하게 된다.
표피낭종은 국소마취 하에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제거할 수 있다. 표피낭종의 완벽한 제거의 관건은 혹을 담고 있는 주머니인 낭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만일 낭의 일부가 남아 있게 되면 대부분 재발하게 된다. 한편, 표피낭종에 염증이 발생되어 종기처럼 고름이 생성된 경우 근본적인 치료는 거의 불가능하게 되며 단순히 절개 후 고름만 빼내게 되는 임시치료를 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근본치료가 아니므로 차후에 표피낭종이 다시 형성된다.
일단 표피낭종에 염증이 발생되어 고름이 형성되면 통증에 의한 괴로움이 제법 심해지고 급기야 저절로 터져서 고름이 쏟아져 나오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절개 및 배농을 한 이후에는 상처를 열어 놓은 채 상당 기간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며 후에 다시 표피낭종이 재발하기 때문에 2차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마저 발생한다.
그러므로 모든 표피낭종을 적극적으로 수술하여 제거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며, 수술시기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표피낭종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커지거나 염증이 반복되는 상황 등의 경우 수술로 제거하는 편이 고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바람직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