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3월26일 4.25 동두천시장 보궐선거 출마자로 이경원 대진대 교수를 공천 확정했다고 발표하자 반발기류가 강하게 불고 있다.
이미 재력가인 이경원씨가 ‘낙하산’으로 공천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정가에 파다하게 나돈 가운데, 그를 포함한 가족의 국적문제와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이 일반 서민의 정서와 배치되어서, 그의 공천은 ‘설마 한나라당이’에서 ‘역시 한나라당’이라는 일종의 배반감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천결과를 발표하자 즉각 동두천 네티즌들이 반발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부자당은 역시 다르다. 돈없는 후보는 시민이 원해도 안된다. 자기 아들은 한국이 싫어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데 공천이라니 한나라당도 별 수 없다”는 식으로 격앙되어 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이회창 후보가 두번이나 낙선한 주원인이 후보 자식들의 군면제 때문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잊어버린 모양이다. 서민들의 정서는 당시 이회창 후보의 병역비리에 냉혹했다.
이경원 동두천시장 한나라당 후보의 아들은 미국에서 태어났고, 현재 한국 국적은 포기한 상태다. 미국 국적만을 소유한, 엄밀히 말해 미국인인 셈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36세인 이경원 후보 아들은 당연하게도 국방의 의무를 지킬 이유가 없다.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한국 국적을 가졌다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벌써 국방의 의무를 마쳤을 나이다. 병역기피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이유다.
인기가수였던 유승준씨가 이중국적 취득 사실이 알려지고 병역기피를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뒤 몰락한 사례를 보듯 일반 서민은 국적·병역문제에 민감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버젓이 이경원씨를 후보로 공천했다. 이경원씨 뒤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줄을 선 김성수 양주·동두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민심을 거꾸로 듣고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 때도 의정부 정치인인 이범석씨를 양주시장 후보로 ‘낙하산 공천’하는데 나름의 역할을 맡은 바 있다.
한나라당은 또 홍준표 국회의원이 지난 2005년 5월 원정출산 등으로 이중국적을 갖게 된 사람에 대해 병역의무를 마쳐야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한 국적법 개정안을 발의해 ‘인기’를 얻었음에도, 이와는 정반대 상황의 후보를 공천했다.
한나라당은 아마도 ‘한나라당 깃발=당선’이라는 오만에 빠져있는 듯 하다. 제정신이 아니라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일인데도,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채 ‘거꾸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민심도 없고 당심도 없고 사심만 나부끼는 제1야당 한나라당에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답답한 노릇이다.
동두천시민들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 역사를 기록하게 할지 궁금하다. 우선 이경원 후보가 속시원한 해명으로 동두천시민들을 이해시키는 게 급선무이자 후보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임을 알아야 한다.